스위스 출신 화가 외젠 뷔르낭(Eugene Bumand 1850 무동~1221 파리)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작품 「무덤으로 달려가는 사도 베드로와 요한」은 사실적이며 생동감 넘치게 표현되어 있다. 40호쯤되는 이 작품은 성서에 나타난 주제를 충실하게 그렸는데 보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갖게 한다.
주간 첫날, 아직 이른 아침에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무덤으로 가서 보니, 무덤에서 돌이 치워져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달려가서 시몬 베드로와,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다른 제자에게 알렸다. 『사람들이 무덤에서 주님을 빼돌렸습니다. 어디에다 옮겨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베드로와 다른 제자가 나와서 무덤으로 갔다. 둘이 같이 달렸는데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먼저 달려 무덤으로 갔다』(요한 20,1~4).
뷔르낭은 부활의 찬란한 아침을 표현하기 위해서 전체 화면을 황금색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생전의 예수님과 제자들이 전도여행을 다녔던 갈릴래아의 거친 들판과 작은 마을들을 원경으로 표현했다. 화가는 단조로운 화면에 왼쪽으로 달려가는 두명의 사도를 그려넣음으로써 보는 사람들에게 역동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예수님의 빈무덤 소식을 듣고서 앞장서 달려가는 요한의 얼굴에는 불안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요한은 불안 속에서도 부활하신 주님께 대해 신앙을 고백하듯이 양손을 움켜잡은 채 앞을 향해 달리고 있다. 요한의 곁에서 함께 달리고 있는 베드로의 부릅뜬 눈은 놀라움을 나타낸다. 베드로는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왼손으로는 무엇인가를 가리키고 있는데 이 손의 모양이 그의 신앙고백을 나타낸다. 즉 부화라신 주님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가운데 한 분인 성자라는 것을(왼손) 마음속 깊이 고백하고 있다(오른손). 무덤에 다다를 즈음에는 약한 신앙을 상징하는 검은 숄도 벗겨질 것이다.
부활의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서 아침에 무덤으로 달려가는 사도 베드로와 요한을 보고 있으면 우리들도 그들과 갈릴래아 들판을 달려가고 있는 듯한 생각을 갖게 된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오늘도 어둠에 사로잡혀 있는 모든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서 먼동이 터오듯이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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