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에 가득한 봄기운에 가만히 방에 누워계시던 할머니들도 어 이상 집안에만 들어앉아 계실 수는 없었나보다.
성모상 앞 뜰에는 분홍 진달래 두어가지가 수줍은 듯 하늘거리고 먼 산 언저리의 개나리마저 「봄이 왔다」고 소리친다.
멀리 남한강이 보일 것 같은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사랑의 성모공동체」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고 변함없는 자연의 이치에 할머니들은 다시 한번 인생의 순리를 깨닫는 듯 하다.
이러한 봄에 부활절을 맞는다는 사실은 또 그 얼마나 오묘하고 감사로운 일인지.
80의 나이보다 더많은 인생의 굴곡을 넘어온 10명의 할아버지, 헐머니가 살고 있는 이곳 「사랑의 성모공동체」는 초대 교회공동체의 모습을 바라보며 공동체 속의 나눔을 꿈꾸는 작고 푸른 못자리이다.
공동체의 첫 싹은 서울 신길동 「이냐시오의 집」. 93년 10월 노인들의 공동체인 이냐시오의 집을 맡게된 이영찬 신부는 예수께서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느님나라를 건설하신 것과 같은, 소외된 이들이 중심이 되는 공동체의 밑그림을 그려왔고 지난 10월 이곳 양평에서 벽돌을 나르고 흙을 쌓으며 그 모습을 완선해냈다.
지금은 노인들만 살고 있지만 앞으로는 어린이, 청소년, 장애인 등 세상의 가장 약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공동체가 계속해 만들어나갈 모습이다. 5~6명의 노인, 2~3명의 어린이, 그리고 봉사자가 독립된 작은 집에서 하나의 가정공동체로 생활하며 서로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나눔을 주고받으며 살고자 하는 것. 2만5천여평에 이르는 양평의 값진 땅은 얼마든지 그 꿈을 가능하게 하지만 「추수할 사람이 없다」는 예수님 말씀처럼 세상의 소리를 벗어던지고 공동체의 삶을 살고자 선뜻 나서는 봉사자가 없어 할머니들은 그들은 손꼽아 기다릴 뿐이다.
공동체는 또 자연농법, 생명농법으로 자급자족하는 생태마을이 공동체의 미래이길 바란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우리 땅에서 나는 먹거리에,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손쉽게 퇴비를 만들 수 있는 특수한 화장실 구조도 갖추어 놓았다. 전국 곳곳의 대안학교를 견학하며 진정한 교육이 공동체에서 이루어지는 일도 차근히 계획하고 있다.
다가올 부활절을 기다리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한 자리에 모여 부활달걀을 만들 생각이다. 텃밭을 가꾸며, 생명을 돌보는 일에 대한 사랑과 자신감이 생긴지라 달걀에다 그림을 그리고 포장지를 입히는 손끝에 부활의 기쁨이 더욱 환하게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공동체 속에서 발견한 할머니들의 새 삶은 따사로운 봄기운과 함께 예수님이 보여주신 부활과 생명의 뜻을 전해주고 있었다.
※문의=(0338)771-7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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