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분단 이후 최초의 역사적인 남북 정상 회담 개최가 확정됐다. 남북 정상회담은 그 발표시기 및 과정상의 여러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통일로 가는 여정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문제, 경제협력, 통일 환경조성 등 여러가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교회 입장에서 남북 교류와 협력, 특히 종교간의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봄직하다.
물론 이번 한 차례의 회담으로 획기적인 성과가 나오거나 북한의 체제상 변화가 올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만 어떤 식으로든 교류가 활성화될 여건이 조성될 것은 분명하다.
종교교류 활성화 기대
이에 따라 민간 차원에서 다른 어떤 분야보다 대북 관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종교 단체들의 대북 교류 사업이 다각도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종교계에서는 이번 합의를 기해 기존의 교류사업에 탄력을 붙이고 있으며 새로운 교류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불교계의 경우에는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조선불교도연맹과 연쇄 접촉을 갖고 올가을 「민족 대단결과 통일을 위한 불자들의 역할」을 주제로 남북한 불교도 합동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또 진각종 대표단의 2차 방북에 합의하는 한편 북한내 불교 문화재 복원과 영산재 평양 시연 등 불교 문화 교류 방안도 논의했다.
개신교의 경우 대희년 민족통일선교대회는 신혁균 대표 총재 등 8명을 북한에 파견해 23일 평양의 봉수교회와 칠골교회에서 분단 후 처음으로 남북한 합동 부활절 예배를 올릴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는 6월 강영섭 조선 그리스도교연맹 위원장을 서울에 초청하는 문제도 협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YMCA는 이번 합의가 민간 차원의 남북협력사업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올해 사업 목표로 평양에 YMCA를 건립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도 하다.
정부에서도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부처간 협조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민간차원의 교류를 위찬 구체적인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문화예술, 체육, 관광 분야의 남북 교류 준비단을 구성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특히 지금까지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과 의약품, 비료 지원 등 활발한 교류가 이뤄져 온 종교 분야에서도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초청서 올 경우 방북 성사 전망 남북 교회 교류, 대북지원 중심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없이 조심스럽게 추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듯하지만 그동안의 활동 내용, 민족 화해 문제에 대한 범교회적인 관심도 등을 볼 때 나름대로의 대비책들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언론에서는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는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이 방북을 성급하게 점치기도 하지만 아직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진행은 없는 상태이다. 다만 그동안 여러 차례 북측으로부터의 구두 초청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사안의 성격상 공식적인 초청서를 받아야 방문이 가능하다는 것이 교회의 입장이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 7차례에 걸쳐 구두 초청을 받았고, 김추기경은 이에 대해 『서면으로 초청장을 보내주면 정부에 말해 추진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졋다.
따라서 북측이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순수하게 정대주교나 김수환 추기경 등 고위 성직자들에 대해 공식적인 서면 초청서를 보내 올 경우 방북이 성사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 북동포 돕기에 총력
교회 관계자들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교류가 크게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 특히 북한 식량난 지원과 문화교류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합의문 발표 후 가톨릭신문과 가진 회견에서 이번 합의가 과거처럼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북한 동포를 위한 거국적 지원과 문화교류를 통한 「영혼 교류」를 강조했다. 강주교는 이 자리에서 독일 통일의 사례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면서 통일 시대를 대비한 성직자, 평신도 양성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한정관 신부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하면서 『우선적으로 가능한 교류는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지원』이라고 지적했다.
한신부는 교류를 위한 최선의 방법론들이 더욱 신중하고 깊이있게 모색돼야 하지만 우선은 사랑과 나눔의 실천 차원에서 규락 이뤄져야 할 것이며 이러한 협력 관계가 지속되면서 신뢰가 쌓이면 다각적인 만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회의 대북 교류는 다른 민단 단체들과 거의 비슷한 시기인 1980년대 중반에 시작됐다.
1983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기념하는 과정에서 민족 분단 현실을 본격적으로 성찰하기 시작했다. 1982년 북한선교부가 발족됐고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 등 북한 선교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1984년에는 고종옥 신부, 이듬해 지학순 주교가 고향 방문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88년에는 장익 주교와 정의철 신부 등이 북한을 방문해 평양 시내의 장충성당에서 남녀 신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사를 봉헌했다. 다소 성격은 다르지만 89년 6월에는 문규현 신부가 평양을 방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95년에는 당시 조선 천주교인협회 중앙위원회 장재철 위원장이 미국의 필라델피아 한인성당을 방문해 한국 신자들과 만났다. 96년과 98년에는 각각 박창득 신부와 김승훈 신부 등이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고 96년에는 평양에 국수공장을 건립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95년 가톨릭신문과의 신년 대담에서 처음으로 방북 희망을 피력했고 이러한 바람이 성사되기를 비는 기도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90년대 중반 홍수와 가뭄으로 북한 식량난이 악화되면서 한구교회는 북녘 동포를 위한 사랑 나눔에 적극 나서 지금까지 지속적인 대북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뿐만 아니라 각 교구와 수도회, 본당을 포함해 정의구현사제단 등 교회의 북한 지원은 매우 다양하게 이뤄져 왔으며 규모도 1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98년에는 한국 고위 성직자로서는 처음으로 당시 서울대교구 최창무 주교가 북한을 방문해 장충성당과 명동성당에서 동시에 화해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특히 이 방문은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사목적 성격을 띰으로써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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