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가 되면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 있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이다. 하지만 클래식이 아닌 록음악으로 작곡된 ‘마태수난곡’에 대해서는 생소해하는 이들이 많다.
이탈리아 출신의 아트록 그룹 라테 에 미엘레(Latte E Miele)가 1972년 발표한 이 곡은 혼성합창 및 파이프 오르간의 웅장함과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이뤄져 종교음악과 록, 클래식이 결합된 명반이다. 한국에서는 1982년 문화방송 라디오 <음악이 흐르는 밤에>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부활 즈음인 오는 4월 28일 그들이 다시 한국을 찾는다. 2008년 첫 내한공연 이후 3년 만이다. 특별히 이번 공연은 라테 에 미엘레의 세계 최초 파이프 오르간 연주공연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이 공연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시완레코드 성시완(스테파노·50)씨의 숨은 공로 덕분이다. 그는 라테 에 미엘레의 음악을 처음 국내에 소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성씨는 이번 공연을 위해서 열 군데가 넘는 성당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마침 서울 중림동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최양업홀을 발견했다. 파이프 오르간이 뒤쪽에 위치한 성당들이 대부분인 반면 최양업홀은 앞쪽에 있어서 공연에 적합했다. 문제는 장소를 섭외하는 일이었다. 교회기관에서 대중음악 공연을 허락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담당 직원과 이야기를 했는데 부정적이더군요. 당시 담당하셨던 백남용 신부님께 편지를 썼어요. 공연을 위해 천주교로 개종한 이야기, 라테 에 미엘레 공연이 성사되기까지의 이야기 등 3장에 걸쳐서 써내려갔죠.”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편지를 전한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다. 대답은 공연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성씨는 “꼭 성당에서 하려고 했던 이유는 음악의 분위기와 맞기 때문”이라며 “흔쾌히 허락을 해주셔서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공연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아 준비할 것이 많다. 최양업홀은 대중공연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기에 장비도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홍보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관심을 갖는 언론매체는 많지만 홍보 없이 소수정예를 위한 공연이 가능한지 일종의 실험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많아요. 걱정되고 두렵기도 하지만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공연을 마치고 나서도 계속 많은 아트록 그룹 공연을 추진하고 싶어요. 이제 아트록 그룹들이 고령화되고 있는데 다들 돌아가시기 전에 한국에 모셔오고 싶네요.”
※문의 www.siwa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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