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가 캄보디아에서 행하고 있는 모든 사도직 활동 역시 메마른 땅위에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한 정성과 준비, 즉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예수회는 사람들과 함께 살며, 그들이 처한 상황을 함께 고민하고, 또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예수회 기쁨나눔 재단 후원회원들과 함께한 캄보디아 방문기, 이번 주는 그 두 번째 이야기로 예수회가 캄보디아 삶의 현장에서 보여준 희망의 증거들을 소개한다.
▧ 꼼뽕끌레앙 수상성당 러닝센터
캄보디아 씨엠립 시내에서 차로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톤레삽 호수의 한 수상마을 입구. 건기로 수위가 줄어든 호숫가에 나무와 야자나무 잎으로 지은 전통 수상가옥들이 긴 다리(집을 받치는 기둥)를 내놓고 줄지어 서있다.
“아유, 저걸 어쩌나….”
오래되고 낡아 곧 쓰러질 것만 같은 집들이 한집 걸러 한집 꼴로 계속 펼쳐지자 일행들의 얼굴엔 걱정스런 모습이 가득했다. 5, 60년대 전후 우리나라 상황이 떠올라서였지 않을까.
물가에서 성당까지는 다시 배로 30여 분을 더 들어가야 했다. 물 위에는 정박한 배처럼 보이는 수상가옥들이 보였다가 또 멀어진다. 그렇게 한참 물 위를 가르던 배가 호수 위 파란색 수상건물 앞에 멈춰 섰다. 바로 꼼뽕끌레앙 수상성당이다.
캄보디아 바탐방 교구 내에는 4개의 베트남 공동체와 1개의 캄보디아 공동체를 포함, 총 5개의 수상성당(공소)이 존재한다. 꼼뽕끌레앙도 이 중 하나다. 3주에 한 번씩 봉헌되는 미사 때마다 10~20명이 참석하지만, 실제 신자 수는 4명뿐인 작은 공동체다.
씨엠립본당 봉사자들이 제대를 꾸민 가운데 씨엠립본당이 운영 중인 ‘러닝센터(Learning Center)’ 교사 및 학생들이 참석,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주례는 캄보디아 예수회 총책임자인 제병영 신부(예수회 한국관구장 대리)와 인도네시아인 마디(Mardi) 신부(예수회)다.
제 신부는 강론을 통해 후원회원들에게 “보통 우리는 우리의 눈으로만 보고, 우리의 관점으로만 생각하기 쉽다”며 “판단하기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 신부는 또 “많은 이들이 봉사하러 이곳에 왔다가 오히려 스스로 배우고 간다”며 “우리도 조그만 일에 행복을 느끼는 캄보디아인들의 모습처럼 열린 마음으로 함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사를 마친 후, 수상성당에서 나와 ‘러닝센터’로 향했다. ‘러닝센터’는 씨엠립본당이 운영하는 무료 교육 시설이다. 인근 마을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매일(주 5일) 영어와 캄보디아어를 가르치며, 일요일에는 끼니조차 거를 수밖에 없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쌀죽 한 그릇을 나눠준다. 아이들 중에는 이 죽 한 그릇이 첫 식사인 학생들도 있다. 허겁지겁 죽을 해치우는 아이들 모습이 눈물겹다.
▲ 러닝센터에서 쌀죽을 먹고 있는 마을 아이들.
▧ 자립을 꿈꾸게 하라-현지마을 방문
씨엠립 인근의 끄로뽀와 꼬뺄 마을을 찾아가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작은 마을 하나, 도로 하나에도 예수회의 손길이 닿아 있다.
예수회는 각 마을 특성을 고려해 그에 맞는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주일에 2~3회 현지 코디네이터가 마을을 돌며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고 적절한 사업을 연결해 준다.
비포장도로와 좁은 골목길을 달려 마주한 끄로뽀 마을에는 지뢰 피해자인 녹(Knock)씨가 살고 있다. 녹씨는 14년 전 지뢰 때문에 왼쪽 다리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만 했다. 이후 희망도 미래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예수회는 녹씨가 장애를 극복하고 다시금 꿈을 꿀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법을 찾아냈다. 비만 오면 떠내려가던 집을 새로 지어주고, 가난으로 학교에 갈 수 없던 아이들을 위해 쌀 장학금과 자전거를 선물했다. 이제는 녹씨뿐만 아니라 녹씨의 아이들까지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 지뢰로 왼쪽 다리를 잃은 녹씨와 그의 아들.
다섯 아이를 키우고 있는 폰(Pon)씨네 역시 올해 새 집이 생긴다. 낡고 비좁은 집 안내부는 일곱 식구가 살기에 턱없이 부족해보였다. 바닥에 깔아 놓은 나무판자까지 부서져 잘못 디뎠다가는 사고로 연결될 상황이다. 특히 생후 한 달 된 아기가 있어 새집이 더욱 절실했다. 이제 곧 이들에게도 희망의 보금자리가 생길 것이다. 사실 폰씨네 가족에게는 새집보다 더 기쁜 일이 있다. 5남매 중 두 아들이 예수회 도움으로 구순구개열(언청이) 수술을 받은 것이다.
가족들 모두 연달아 찾아온 기쁜 소식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웃음꽃이 끊이질 않는다. 폰씨의 얼굴에도 커다란 웃음꽃이 피었다.
“도와주신 분들에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보답이라 생각하고 잘 키우겠습니다.”
프놈펜 주변 지역 마을에도 예수회의 농촌 지역 개발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깐달, 꼼뽕스쁘, 꼼뽕츠낭 세 지역이 만나는 곳에서는 각 지역의 알파벳 이니셜을 딴 이른바 ‘kkk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물웅덩이 만들기. 건기에 대비해 물웅덩이를 파고 빗물을 받아 가축 물 먹이기나 빨래 등 다양한 용도에 사용할 계획이다. 크기는 가로 85m, 세로 18m, 깊이 1m로 물웅덩이 하나에 100가구가 농업용수를 쓸 수 있을 정도다.
공사인원은 모두 마을에서 충당한다. 1㎡를 팔 때마다 쌀을 지급해 주민들 실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우물 파주기 역시 중요한 사업 중 하나이다. 우물 하나가 생기면 주변의 6~10가구가 물 걱정을 줄일 수 있다. 올해 이 지역에서만 세 개의 우물을 새로 설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집집마다 화장실과 정화조를 설치, 편리성을 높인 것 뿐만 아니라 위생적인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지금도 캄보디아 농촌 지역에는 화장실이 거의 없다. 이들에게 화장실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화장실을 설치하는 일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잘 알지 못해서, 할 능력이 없어서 못하고 있던 일들이 예수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마을 도서관도 빼놓을 수 없다. KKK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는 마을 도서관만 20개에 이른다. 예수회에서는 한 달에 2권의 동화책을 선정, 1권당 3000부씩 새 동화책을 인쇄해 각 마을 도서관에 공급하고 있다.
마을마다 작은 규모지만 사서도 두고 있어 대여·반납 장부도 관리하고,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어린이에게는 상도 준다. 또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6~8세 어린이들을 위해 한 달에 두번 학교를 찾아 책 읽는 행사를 가지기도 한다.
이 밖에도 오지 어린이들을 위한 미니스쿨을 열어 학교 과정의 기본교육을 실시하거나, 쌀 은행, 소 은행 등 마을에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예수회가 캄보디아에서 벌이고 있는 모든 활동들은 일방적인 제공이 아닌 스스로를 돕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게 하는 ‘자립’에 중심을 두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캄보디아의 ‘자립’을 위한 숨은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이다.
■ 후원계좌
1005-501-638288 우리은행, 예금주 기쁨나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