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서에는 예수님의 여러가지 기적에 대해서 말하고 있고, 시복 시성에도 기적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주위에서도 성모상이 피눈물을 흘린다거나, 교회 행사에서 허공에 떠 있는 성체를 보았다거나 등등 기적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신자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런 기적들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답】일반적으로 인간의 힘으로 이루어 낼 수 없는 신기한 일 또는 자연법칙을 뛰어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기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성서와 교회에서 말하는 기적은 이와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성서 저자나 이 성서를 받아들이는 신앙인들에게 이 세상 만물은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되었고, 그분이 다스리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분의 섭리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받아들입니다. 그러므로 성서의 사람들이나 신앙인에게 있어서 기적은 하느님게서 당신의 뜻과 의지를 드러내시거나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시는 사건인 것입니다. 그러나 비록 하느님께서 이러한 사건을 통해 특이하게 활동하시기는 했지만 그러한 하느님의 개입이 자연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파괴하지는 않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서 저자들이 이러한 기적적인 사건을 통해 받아들이고자 했던 것은 기적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 사건을 통해 전달되는 하느님의 뜻과 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약성서의 여러가지 기적 뿐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공생활 그리고 그분의 죽음과 부활에 이르는 전 과정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때 도저히 있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며, 기적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전시하고자 하는 하느님의 계획과 사랑인 것입니다.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기적에 대해 가르치고 성인들의 시복시성을 위해 기적을 필요로 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시험하거나 우리가 믿기 위해 하느님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마태 12,38~412 16,1~4). 교회는 그러한 기적들을 통해서 그러나는 하느님의 뜻과 사랑을 선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기적에 대한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그 어떠한 계시나 기적들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완성한 계시를 수정하거나 그것을 능가하려고 한다면 그리스도교 신앙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가톨릭교회교리서 67항)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신앙인들은 이러한 기적을 대하면서 사도 바울로의 이러한 말씀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 『유다인들은 기적을 요구하고 그리이스인들은 지혜를 찾지만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선포할 따름입니다… 유다인이나 그리이스인이나 할 것 없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그가 곧 메시아이시며 하느님의 힘이며 하느님의 지혜입니다』(고전 1,22~24). 어떤 의미로 보면 세상 사람들은 기적이 있어야 믿을 수 있겠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 믿는 사람들에게 기적이란 특별한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되는 것이 없다』(루가 1,36)는 확고한 믿음과 함께 그 사건을 통해 계시하시는 하느님의 뜻과 계획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인들이 성인들이나 교회 행사를 통해 이러한 기적적인 현상을 목격했다고 한다면 그것을 통해 하느님을 증명한 것처럼 여길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므로 더욱 굳센 믿음을 갖도록 노력하며 기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