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 도구들을 축복하는 교회의 관례를 보면서, 신자들이 소위 성물을 생각하고 취급하는 태도에 원시종교의 물신 숭배 사상의 잔재가 있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성숙한 신앙인이라면 이런 잔재를 말끔히 청산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신앙인은 소위 성물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종교적 존경(尊敬)행위를 크게 두가지로 구분한다. 절대자이신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받드는 존경을 흠숭(欽崇)의 예(禮)라 하고, 피조물인 천사나 인간을 존경하는 것을 공경(恭敬)의 예라 하는데, 그 중에서 구세주의 모친이신 성모 마리아를 특히 높여서 상경(上敬)의 예로써 존경한다.
흠숭과 공경은 서로 질적으로 다른 존경이다. 흠숭은 우주 만물의 원인이시고 절대 주권자이시고 인간의 시원이고 목적이신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인정하고 복종하며 봉헌하는 행위이므로,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와 신성과 완전히 결합한 인성을 포함하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성체 성혈 성심께 대하여서만 드릴 수 있는 존경이다.
그러나 상경과 공경은 정도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지, 질적인 차이는 없는 것이다. 마리아나 다른 성인이나 다 인간이기 때문에 흠숭할 대상은 아니고 공경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하느님께 대한 흠숭과 성인들께 대한 공경을 언급한 이유는 소위 성물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기 위한 전제 조건에 불과하다. 하느님 흠숭이건 성인 공경이건 다 존경받을 대상이 신격이나 인격이기 때문에 직접흠숭이나 직접공경이 가능하고 설명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축성이나 축복받은 공간이나 물질은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인간으로부터 직접적인 공경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물질이 표상하거나 상징하거나 상기시키는 인격체를 우리가 공경하는 만큼, 이러한 물질을 자체로서(in se) 또는 질밀 때문에(propter se) 공경하지는 않아도, 우리가 존경하는 인격체와의 관련 때문에 간접적인 공경 즉 존중(尊重)되어야 한다.
소위 성물이 우리가 흠숭하는 하느님과 연관되는 것이기 때문에 존중되고, 우리가 공경하는 성인들과의 관련 때문에 존중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존중하는 태도를 과장하여 흠숭하는 태도가 되어서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예컨대 성상에게 기도를 바치는 것, 성상에게 감사하는 것, 성상에게 재물을 바치는 것 등은 있을 수 없는 이이다. 이런 짓을 하면 바로 우상숭배가 된다.
그렇지만 성상 앞에서 기도한다고 다 성상에게 기도하는 것은 아니다. 성모상 앞에서 성모님을 공경하면서 기도를 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고, 성모상에 성모님의 능력이 붙어 잇는 것으로 착각하여 「성모상에게」기도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성숙한 신앙인은 일상생활에서 지나치게 성물에 의지하는 태도를 고쳐나가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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