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이번이 마지막 전시회가 될 것 같습니다. 하느님도 아셨는지 평생 한번 만나보기도 힘든 용목을 구해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섭리하셨어요. 어떤 작품보다도 애정이 갑니다』
미의 생활화와 민족 미술화에 한평생을 바친 목공예가 고관(古貫) 강인순 여사(데레사·광주대교구 나주본당)가 4월 21~30일까지 경기도 분당 삼성플라자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고 있다.
초대전으로 열린 이번 전시회는 고관선생의 열두번째 개인전으로 족히 6~7개월의 작업기간이 걸렸을 법한 「안방의장」을 비롯 「이층용 목농」등 장과 갑, 대, 함, 상 등 안바용 가구에서부터 거실용 가구, 부엌용 가구에 이르기까지 90여점의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8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난 개인전 이후 4년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작품활동에 전념했다』는 고관 선생의 말처럼 작품 하나하나에 깃든 정성과 예술적 면모는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우리 전통 가구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히 8~900년된 느티나무의 뿌리부분에서 간혹 나온다는 희귀목인 용목으로 머름간, 쥐벽간 및 복판(문짝)을 만들어 녹차씨앗기름칠을 한 「이층용목농」은 백동에 금속으로 상감한 나비모양의 장석이 눈길을 끈다.
『전통이라는 이유로 그저 옛것을 모방하고 재현하는 데 그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현대화를 시켜서 실용성과 전통공예의 미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해야죠』
옛것을 꿰뚫는다는 아호의 의미처럼 고관선생의 작품을 보면 「TV 받닫이」에는 비디오를 넣을 수 있도록 하부에 개구멍을 해 넣었고 장에는 옷걸이는 물론 거울과 넥타이 걸이가 부착돼 있어 현대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었다.
화랑을 운영하며 단순히 전통예술에 대한 관심정도를 갖고 있었던 고관 선생이 쉰이 넘은 나이에 전통 목공예를 시작한 건 일본여행 중에 조잡하고 엉성하게 만들어진 한국 전통 목공예 작품을 만나면서였다.
6년동안 독학하다시피 전통 목공예를 배우며 전통의 맥을 이으려고 애썼던 고관 선생은 현재 몇 남지 않은 목공예가 중에서도 유일한 여성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여성이 하기에는 험한 일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공방이 영세하고 또한 경영과 장인정신을 골고루 갖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학을 길러내기가 쉽지 않다』는 고관선생은 『전통 목공예를 보다 현대화시키고 예술성도 함께 추구하는 제작 비법』이 담긴 책 발간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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