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교회는 이 날을 「노동자들의 대희년」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이 날을 맞아 한국교회 안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교회 관련 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교회의 배려가 부족하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교회 안에서 직장을 갖고 생활하고 있는 근로자에는 우선 각 교구청과 본당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들 수 있다. 여기에 교구나 수도회 등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수가 다음을 차지할 것이고 출판사, 언론사, 병원, 학교 등에서 종사하는 직원들의 수도 많다.
교회 기관 내 근로자들의 실태에 대한 조사 자료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 96년 각 본당 사무장들의 근로 조건을 조사한 석사학위논문, 지난해 「가톨릭 노동사목 전국협의회」에서 조사한 「교회 관련 기관 노동자 설문조사」가 모두이고 최근 인천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가 집계 중이다.
이들 조사를 바탕으로 교회 관련 기관 근로자들의 임금, 복지, 근로 시간 등 근로조건을 살펴보면 여전히 상당 부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난다.
서울대교구 이상용 신부가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노동자의 객관적 권리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과 본당 사무장의 노동실태」(96년 5월)에 따르면 사무장들의 임금 수준은 전 직종이나 일반 사무직원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지만 연령, 근무 연한, 업무 성격 등을 고려할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논문은 각 본당 사무장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조사 시기는 96년이다. 따라서 2000년 현재와는 편차가 있을 수도 있으며 최근 몇 년간 상당 부분 개선된 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근로 시간에 있어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본당 사무실이 갖는 특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간 65.7시간, 즉 하루 11시간 이상의 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 될 수 있다.
시간 외 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50%가 자주, 44%가 가끔있다고 응답했다. 시간외 근무를 하는 경우에도 거의 대부분인 96.5%가 그에 따르 보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또 한가지 중요한 문제는 직원들의 불안한 고용 안정도이다.
본당 사무실을 안정된 직장으로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에 73%가 부정적인 답변을 했고 16%만이 안정된 직장으로 여기고 있다. 응답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92%가 실제로는 인사 관리 책임자가 본당 사제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71%가 교구에 의해 인사 관리가 이뤄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조사한 「교회 관련 기관 노동자 설문조사」자료 역시 교회 관련 기관 종사자들의 임금 수준은 일반 사회 보건 및 산업 복지 사업 분야 평균치의 8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임금 격차는 더 커져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고 일하는데 어려움을 예상할 수 있다.
이 조사는 각 본당, 사회복지 시설, 교구청, 기타 기관의 근로자 1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이다.
이에 따르면 근로시간 역시 논문의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본당과 복지시설의 경우 대부분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인 노동권 보장 여부에 있어서는 잔업수장, 취업규칙 제정, 연월차 휴가, 생리 휴가 등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이 절반이 채 안되며 유급 휴무일, 법정 공휴일, 퇴직금 관련 규정도 70~80%만이 긍정적인 답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잔업 수당을 지급받는 근로자는 15.6% 뿐이다.
고용 안정도의 경우 60% 이상이 고용유지에 불안을 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당 직원의 경우 고용 안정감이 극히 낮은 상태로 나타났다.
한국 천주교회는 200여년 전 처음으로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후 오늘날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신앙 선조들의 피와 땀을 밑바탕으로 오늘날 한국교회는 신자수 400만에 달하는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
한국교회는 이에 따라 각 교구청과 본당, 교회 관련 기관·단체, 그리고 나아가 병원, 출판사, 사회복지시설, 학교 등 국가와 사회의 여러 분야에 기여하는 사업을 운영하게 됐고, 따라서 이러한 조직이나 기관들을 직장으로 하는 신자들의 수도 많아지게 됐다. 한국교회는 이들 교회 내에서 각자 자기들 나름대로의 소명감을 바탕으로 일해온 많은 이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올 수 있었던 것이다.
가톨릭 교회는 기회 있을 때마다 「모든 노동에 있어서 최고의 가치이자 목표는 인간 그 자체」임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에 세상 안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하지만 막상 교회내의 현실을 짚어보면 교회 안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가 과연 이러한 가르침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교회 관련 기관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일반 사회의 기업, 기관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과는 다른 또 하나의 특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신앙에 바탕을 둔 사명감과 책임감이다. 하지만 막상 교회는 이러한 사명감을 좀 더 북돋아주기 위한 관심과 배려에 소홀하지는 않았는가 하는 반성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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