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5년(정조 9) 3월 이벽, 이승훈, 권일신, 정약전·약종·약용 등이 장례원 앞에 있는 중인 김범우(토마스)의 집에 모여 기도하던 중 관헌에 의해 적발된 사건이 일어났다.
추조(秋曹:形曹의 별칭)의 금리(禁吏)가 압수한 예수의 화상(畵像)과 천주교 서적 및 몇몇 물건들을 추조에 바쳤다. 당시 추조판서 김화진(金華鎭:1728~1803)은 그들이 양반의 자제로서 잘못 들어간 것을 애석하게 여겨서 타일러 보내고 중인인 김범우만을 가두었다. 권일신(權日身)은 김범우와 함께 같은 형벌을 받기를 청하고 육신을 빨리 버리고 천당에 영원히 올라가 있기를 원하였다. 추조판서는 집주인 김범우만을 심문하여 유배시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이 사건으로 한때 표면화 되었던 서학실천운동은 일대 타격을 받았다. 정부에서도 서학을 금하는 뜻으로 방곡(坊曲)에 효유(曉諭)하였고, 천주교를 공격하는 통문(通文)들이 돌려졌으며, 신자들은 가족들에게서 배교를 강요당하였다.
1786년 봄 이승훈을 위시한 교회의 지도자들은 모임을 갖고 고해성사를, 가을 모임에서는 미사와 견진성사를 집전하기로 결정하였다.
우선 이승훈이 신부로 선출되었고, 그는 권일신, 홍낙민, 유항검, 이존창, 최창현 등 10명을 신부로 임명하여 함께 성사를 거행하게 하였다. 그들이 집전한 성사는 기대했던 대로 신자들의 열성을 촉진시키고 신앙 전파에 새로운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유항검은 성사에 관한 교리서를 숙독한 결과 그들이 집전하는 성사의 유효성(有效性)에 관해 중대한 의혹을 제기하였다. 그는 사제직에 인호가 필요하고 따라서 인호가 없는 사람은 사제직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승훈은 신부로부터 인호를 받지 못하였기에 다른 사람을 사제직에 올릴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제직을 남에게 부여했으니, 이보다 더 무모한 행동이 있을 수 없을 뿐더러 또한 독성죄까지 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승훈에게 서한을 보내 성사를 중단하고 북경 선교사들에게 밀사를 보내 필요한 지시를 구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러나 그간 여러 번 모임을 갖고 성사 중단문제를 토의했으나 여전히 미사가 계속되고 있으므로, 유항검은 다시 한번 성사의 중단을 촉구하게 되었다.
이에 이승훈은 성사를 거행한지 2년만에 이를 중단하였고, 그간의 많은 성과가 지속되지 못하였다. 뿐만 아니라 북경교회에 밀사를 파견하여 필요한 지시를 얻으려는 문제 또한 계속되는 정부의 감시와 신자들의 가난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교회의 밀사인 윤유일은 1789년 말 북경선교사들에게 보내는 이승훈의 서한을 갖고 갔다. 이에 선교사들은 편지의 답장을 통하여 신자들이 범한 독성죄를 관대하게 무지로 돌리고 하등의 책망도 하지 않고, 신자들에게 상등통회를 하여 구원을 받도록 노력할 것, 사제를 영입하여 성사를 받을 수 있는 보다 확실한 구원의 방법을 강구하고록 권고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한국교회는 1790년 7월 중국황제의 80회 탄신을 축하하기 위해 사절이 떠나게 되자 윤유일을 또 다시 북경에 파견하였다.
이승훈은 서한에서 선교사들이 지시한 데 대해 교우들이 상의한 결과, 상등통회에만 의지할 수 없어서 선교사의 영입이란 확실한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선교사의 파견을 요청하였다.
이에 북경주교는 이듬해에 선교사 파견을 약속하였다. 그 결과 1794년말 주문모 신부가 입국하였다.
가성직 제도는 결과적으로 한국교회로 하려금 사제의 필요성을 인식시켜 사제를 영입하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비록 그 제도 자체가 불법이고 또 성사도 세례성사를 제외하면 모두 무효였다고 할지라도 신자들의 열심을 북돋우고 복음을 전파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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