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과 불교의 만남이 서울 도심의 한 사찰에서 이루어졌다.
한국 가톨릭 미술가협회 최종태 회장(요셉·전 서울대교수)이 제작한 관세음보살석상(본보 3월 5일자 보도)이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 세워져 4월 28일 오전 10시 봉안식을 가진 것.
이날 봉안식은 길상사 신도 5백여명을 비롯 서울대교구 홍보실장 정웅모 신부와 수도자, 가톨릭 신자들도 함께 참석해 예술을 통한 종교간의 화합과 이해를 도모하는 자리가 됐다.
이날 세워진 관음상으로 『백제 반가사유상과 같은 작품을 제작해 보고 싶었던』최회장의 오랜 염원이 길상사 법정 스님과의 인연을 통해 이루어졌다.
1.8m 크기에 화강암으로 제작된 이 관음상은 연꽃 화관을 쓰고 왼손에 항아리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고통과 기쁨이 교차하는 듯한 얼굴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성모상과도 닮았다.
특히 가톨릭 조각가가 제작한 이 관음상이 불교신자들에게는 아주 새롭고 특색있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이날 봉안식에 참가한 길상사 신도 오반야월(60세)씨는 『불교 신자들이 늘 접하던 풍만하고 둥근 모습의 관음상과는 달리 이번 관음상은 마르고 예쁜 모습』이라고 전하면서 『아무래도 요즘같이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심많은 우리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버리라고 말씀 하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종태 회장은 『오랫동안 가슴속에 묻혀있던 형상을 세상에 보이게 해 주신 법정 스님과 불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면서 『우리 조상들의 위해한 예술이 다시 꽃피는 시기가 왔으면 하는 나의 바람과 작은 생각들을 이 한편에 다 쏟아 부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봉안식에서 길상사 회주 법정 스님은 법어를 통해 『성모 마리아나 관세음 보살은 이름은 다르지만 대자대비하고 중생의 고통과 재난을 구제해 주는 같은 모습의 어머니』라면서 『거칠고 험한 요즘같은 세상에는 성모님이나 관세음 보살 같은 모성적 사랑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으며 우리도 이 석상을 바라보며 어머니의 사랑을 키워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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