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집안 사정에도 잔소리 한 번 할 것 없이 바르게 커준 아들인데….”
악성 뇌종양으로 꼼짝 없이 병상에 누워있는 아들 김태진(아우구스티노·인천교구 용현동본당)씨를 바라보는 어머니 이순희(모니카)씨의 젖은 눈가에 또 물기가 어렸다.
“제 몸이 그렇게 아픈데도 항상 엄마 건강을 먼저 생각해줬어요. 자신이 다 나을 때까지 엄마가 아프지 말아야지 나중에 자신이 효도할 수 있다고 엄마를 챙기던 아이예요.”
현재 김씨는 체력이 저하돼 항암치료조차 견딜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어떠한 움직임도, 의사표현도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약은 물론 식사까지 주사 호스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거의 식물인간과 가까운 상태다.
2009년의 어느 날, 제대 두 달 전이던 아들이 발작과 경련을 일으켰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병세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줄은 몰랐다. 수 차례 병원과 집을 오가며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았지만 아들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기만 했다. 큰 수술도 두 차례나 받았지만 종양은 이리저리 김씨의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잠시 집에 있을 때면 몇 번씩 경기를 일으켰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생때같은 아들을 잃을까 너무 무서웠어요.”
아들이 일어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지만, 연이은 수술과 치료로 인해 불어난 병원비와 빚덩이가 이씨를 한숨짓게 했다. 김씨의 누나가 직장 생활로 월급을 받지만 생활비로 쓰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집안 사정 때문에 제때 치료를 해주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이씨를 괴롭혔다.
“제때 치료를 했다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집니다. 게다가 밤마다 아이 옆에 누우면 아픈 아이를 데리고 찬 길바닥에 나앉게 될까봐 잠을 이룰 수 없어요. 아이 곁에 항상 붙어 있어야 하니 직장을 다닐 수도 없고…. 막막할 뿐이지요.”
이씨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남편 없이 두 남매를 키워낸 억척스런 어머니지만 오랜 시간 병으로 고통 받는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지금 이 순간 이씨는 자신을 위로하던 아들의 목소리가 그립다.
“지금 제 소원은 ‘엄마’ 하고 부르는 아들의 목소리 한 번 들어보는 거예요. 언제쯤이면 들어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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