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복음선포를 통해 복음을 전해 들은 개인이나 집단들이 내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게 만드는 것을 복음화라고 말한다. 기쁜 소식의 전달자이며 체험자인 교회는 이제 자신이 선포하는 거룩한 계시인 복음을 통하여 새로운 세상, 새로운 인류를 추구하고자 하는 새로운 복음화의 과제와 목표를 갖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의 선교사명」에서 현대 사회의 현실과 복음화의 임무에 따라 세 가지 상황을 구별해 말씀하셨다. 첫째가 외방선교이고 둘째가 사목적 활동, 셋째가 새로운 복음화 또는 재복음화다.
먼저 새로운 복음화, 재복음화에 대해 언급하겠다. 재복음화는 복음화의 과정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돼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복음이 선포됐으나 복음을 잊어버린 공동체 또는 복음의 메시지가 왜곡돼 있는 공동체에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복음이 선포되었지만 올바로 전달되지 않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다시 복음을 통한 참 가치를 알고 받아들여 복음을 통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새복음화란 그리스도교의 근본 가치들을 받아들이고 그리스도교의 문화를 뿌리 내리고 있지만 종교에 대한 무관심, 세속주의, 배금주의로 인해 신앙공동체가 흔들리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교회에 필요한 복음화를 일컫는다. 예를 든다면 지금의 유럽교회에 필요한 것이 새복음화라 할 수 있다. 이들에게 새로운 복음화는 절실히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유럽 사람들은 교회의 가르침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다. 유럽의 주교님들은 이런 유럽교회의 상황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늘날 유럽인들은 무엇보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거나 또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들에 크나큰 가치를 두기 때문에 그들이 복음을 받아들이도록 돕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공동체의 증거에 하느님의 말씀이 끊임없이 수반되어야 하며 그런 증거들에 의해 그 말씀이 확인되어져야 한다.”(유럽 주교대의원회의 선언문 중에서)
복음을 말씀만이 아닌 삶의 모습으로 전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은 특별히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럽인들이 개인이나 공동체의 삶의 증거를 통해 복음을 느끼길 원한다는 것은 교회가 현재 복음적 증거의 모습을 올바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시대의 징표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경제가 발전하며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들로 가치관이 바뀌고 생활양식이 바뀌고 있다. 마치 이 세상에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모든 생활을 부추기고 있다. 그 결과 종교 자체에 대한 무관심이 무신론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간의 삶 자체를 하느님의 뜻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그 결과 우리가 살아 왔던 교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 천주교회도 이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교회 공동체는 시대적 복음화의 관점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자문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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