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망교구장 이브 르 쏘(Yves LE SAUX) 주교가 한국을 방문, 한국교회와 르망교구의 우애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5박6일 일정으로 지난 4일 방한한 르 쏘 주교는 서울 절두산성지와 새남터성지를 찾아 순교 성인의 넋을 기리는 것으로 한국에서의 일정을 시작했다.
르 쏘 주교의 성지 방문은 150여 년간 이어진 한국교회와 르망교구 간 인연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855년 조선에 입국, 제4대 조선교구장으로 한국교회의 초석을 쌓은 베르뇌 주교가 바로 르망교구 출신인 것. 르 쏘 주교가 입국 직후 방문한 새남터성지는 1866년 베르뇌 주교가 순교한 곳이다.
같은 날 오후 르 쏘 주교는 서울대교구청 추기경 집무실에서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하고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정 추기경은 “르망교구에서 한국에 파견한 선교사가 병인박해 때 순교하신 것 등 르망교구와 한국교회는 오래전 인연을 맺은 바 있다”면서 “앞으로도 돈독한 유대관계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르 쏘 주교도 “한국교회와 프랑스교회 전체가 서로 연대해 교회의 지속적인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르 쏘 주교의 이번 방한은 르망교구에 사제를 파견하고 있는 안동교구와 ‘영적 유대’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기도 했다. 르망교구에 안동교구 사제가 파견된 것은 1990년. 한국교회가 박해를 이겨내고 꾸준히 성장한 반면, 프랑스 교회는 사제·신자수 급감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1989년 세계성체대회를 개최할 만큼 자리잡은 한국교회를 찾은 당시 르망교구장은 ‘사제 부족’에 처한 교구의 상황을 전하며 사제 파견을 요청했고 전 안동교구장 고(故) 박석희 주교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교구 사제 이영길 신부를 ‘파견 사목’의 형태로 르망교구로 보냈던 것이다. 두 교구의 관계가 특별해진 것은 이때부터다.
안동교구 사무처장 김학록 신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자매결연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면서 “이는 과거 르망교구로부터 큰 도움을 받은 한국교회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모습으로 성장한 것을 의미하므로, 달라진 한국교회의 위상을 알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안동교구에서 2박3일을 보낸 르 쏘 주교는 6일 안동교구청 및 남성동성당·공소 등을 방문해 교구의 여러 모습을 직접 체험했고, 7일에는 목성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을 대상으로 1시간의 특강을 펼친 후 사제단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두 교구의 신앙적 유대와 우정이 더욱 굳건해지길 기도했다. 미사 후에는 르 쏘 주교와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가 ‘영적 유대를 맺는 약정서’에 서명하는 시간이 마련돼 더욱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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