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스테파노·65)씨는 2010년을 마무리하면서 ‘큰 결심’을 했다. 10년 간 운영해 온 재즈클럽 문글로우를 정리하기로 한 것. 황무지를 개간하는 마음으로 운영한 공간이었지만 오랫동안 지속돼 온 경영난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외부 공연을 하고 받은 출연료로 대부분 적자를 메워왔지만, 지난해에는 경기불황과 불안한 국가 정세가 겹치면서 공연도 줄줄이 취소됐다. 타격은 너무 컸다. 집세마저도 연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신씨는 2010년 마지막 공연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말을 꺼내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문글로우를 접은 후에 지금 맡고 있는 한국재즈협회 회장 업무 열심히 하고 공연을 하면서 재즈를 알리며 살려고 했어요.”
이 소식은 재즈 연주자들과 팬들에게도 전해졌다. 1950~60년대 척박한 한국 땅에서 재즈를 향한 열정을 불태웠던 1세대들의 무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팬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문글로우가 문을 닫는 것은 한국문화의 수치라고 하는 팬들도 있었다.
단골손님과 팬들은 문글로우를 살리기 위해 일명 ‘문사모’(문글로우를 사랑하는 사람들, cafe.daum.net/moonglowlove)라는 이름의 후원회를 결성해 모금을 시작했다.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 사정을 들은 건물주도 월세를 동결해 줬다. 물론 매일같이 새벽미사와 철야기도를 했던 아내 전계숙(율리안나)씨의 믿음과 도움도 큰 힘이 됐다. 덕분에 2월 말 문을 닫기로 했던 문글로우는 여전히 건재하다. 매주 목요일마다 1세대 재즈 연주자들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됐다.
문글로우가 문을 연지 10년째가 되는 지난달 22일부터는 재즈와 클래식, 국악, 가요, 팝 등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문글로우 재즈 페스티벌’을 마련하기도 했다.
신씨는 “팬들의 관심과 참여가 정말 큰 힘이 됐다”며 “멋있는 공연을 많이 기획해서 재즈에 목말라하는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글로우는 반달에서 보름달로 채워져 가는 과정을 뜻하는 단어 의미처럼 팬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됐다. 신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문글로우는 개인의 공간이 아니라 재즈 연주자와 팬들 모두를 위한 공간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더욱 힘차게 느껴졌다.
“문글로우가 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재즈를 비롯한 다채로운 공연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특히 밤에만 운영하던 이곳을 낮에도 개방해서 본당 단체들이 찾아와서 재즈 성가연주도 듣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게 준비하려고 합니다.”
※문의 02-324-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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