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에서 고개를 들면 바로 보이는 곳에 둥근 벽시계가 걸려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는 시계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맞지 않아 손목시계로 다시 확인하면서 시계 전지가 수명을 다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전원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시계인들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신앙인으로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한 ‘건전지’는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보이지 않는 분이 만드신 세상에 살면서 그분의 현존을 느끼며, 그분 자녀된 삶을 지속하게 하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그분과의 ‘은밀한 만남’이다.
하느님과 가장 빠르게 소통하게 하는 것이 기도다. 이 기도를 통하여 그분의 진리와 자비, 사랑을 깨달을 수 있는 지혜를 얻어, 그분과 같이 거룩한 삶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시계의 전원이 수명을 다하면 시간이 점점 느려지다가 결국엔 서버리는 것처럼, 기도 없는 믿음은 그분을 바라볼 수도, 그분의 뜻을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다. 그것 없이는 교회 안에서 외적으로는 바쁜 믿음의 행보를 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내적으로는 세상에 버려지는 맛 잃은 소금과 같은 삶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나면, 꼭 해야 할 일이 설거지다. 저녁을 먹고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다음날 아침 먹기가 불편하고 식사를 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이런 일은 게으름을 부리기는 하지만 하기 마련이다.
믿음은 기도를 통하여 성숙된다. 영혼의 때를 벗기고 씻어주는, 눈을 떠 잠자리에 들기까지 해야 할 이 설거지를 게을리해서, 시계의 전원 공급이 충분하지 못해 정지되는 것처럼 그분과의 관계가 단절된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기도를 통하여 단절된 모든 관계를 치유 받아야 한다. 세상의 어려움 속에서 고통을 당할 때, 우리가 유혹에 흔들릴 때 그분께서는 ‘두려워하지 마라. 나다. 용기를 내어라’하시며 위로를 주신다.
기도로 단련된 믿음 안에는 주님께서 어떤 유혹에도 넘어지지 않을 힘을 주신다. 영혼을 맑고 거룩하게 하는, 단순하지만 귀한 기도로 믿음을 키워야 한다. 이 끊임없는 기도로 모두가 복되게 살아가기를 기도해본다. 시계의 전원이 공급되지 않아 정지하는 것처럼, 우리 신앙의 전원이 잘 공급되고 있는지 늘 살펴 믿음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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