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보건법은 「낙태 허용법」이다.

청주교구를 중심으로 구성된 「모자보건법 폐지를 위한 천주교연대」는 모자보건법의 실체는 낙태를 통해 인구를 조절하자는 낙태 허용법에 다름아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교회의 생명윤리에 비춰볼 때 모자보건법의 제정 취지와 운용은 이러한 비난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모자보건법은 1973년 2월 8일 유신 체제의 비상국무회의에서 제정됐다. 모자보건법의 제정은 1962년부터 시작된 인구 조절 정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실상 낙태 허용법

50년대와 60년대 베이비붐 현상으로 인구 증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정부는 형법을 개정해 인공유산에 따르는 낙태죄를 폐지하거나 자유화하려 했다. 하지만 여론의 강력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이른바 「모자보건법」을 제정해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는 허용 한계를 광범위하게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낙태를 허용하고자 하는 목적을 성취했던 것이다.

모자보건법의 가장 큰 독소 조항은 따라서 이러한 허용 한계를 규정한 제14조 1항이다. 이 조항에는 △우생학적, 유전학적 정신 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질환 △성폭행에 따른 임신 △혈족간 인척간 임신 △모체의 건강을 크게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탁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교회의 생명 윤리에 따르면 『생명은 수태된 순간부터 하나의 존엄한 존재로서 그 생명권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물론 모체의 건강을 보존하기 위한 치료나 태아의 희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경우에도 태아를 고의적으로 살해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왔다.

이미 한국교회는 모자보건법이 제정될 당시 「모자보건법의 독소를 고발한다」는 제하의 성명서를 통해 이 같은 반생명적인 독소조항에 대해 강경하게 반대입장을 표시한 바 있다. 이어 76년 인공임신중절을 반대하는 선언문을 발표했고 75년 가정사목부 설립, 교구별 행복한 가정운동, 자연가족계획 보급 등의 다양한 생명운동을 펼쳐왔다.

헌법정신에도 위배

모자보건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낙태를 정당화하는 법안으로 존속돼 왔고 그 영향은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인간 존엄과 생명 보호의 절대성을 거스르면서 현행 형법의 낙태 행위 처벌 규정(제269조~270조)까지도 무력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형법에는 부녀가 스스로 약물, 기타의 방법으로 낙태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형, 부녀의 부탁으로 낙태시킨 의사 등은 2년 이하 징역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낙태죄」로 처벌받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는 정부가 인구 조절정책의 추진을위해 인공유산시술을 묵인, 방조해왔고 모자보건법의 제정이 이를 정당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정상 출산아의 두배가 넘는 150만건의 낙태가 시술되고 있는데 그 중 모자보건법으로 허용되는 인공유산은 많아야 8% 이하이며 나머지는 모두 불법이다.

한마디로 낙태를 정당화하는 이유를 광범위하게 허용함으로써 실제로는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격이 되고 있는 모자보건법은 「낙태허용법」이다. 이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 생명을 인간이 임의로 판단하고 편의에 따라 말살해도 무방하다는 반윤리적 사고 방식을 노골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법조항이므로 반드시 폐지돼야 하는 악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