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청소년 주일, 생명의 날 등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때입니다. 우리는 이 5월을 맞아 물질적 가치가 우선하고 인류가 소중하게 간직해온 인류 문명과 문화의 보화들이 지닌 가치가 점점 하락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에 가톨릭신문은 만물의 근원으로서 하느님께서 선사해주신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그 생명이 활짝 꽃피는 장으로서 가정의 중요성을 되새기고자 두 가지 기획을 마련합니다.
「가정을 살리자」에서는 가정폭력, 이혼, 청소년 탈선, 참된 가정 살리기 등을 통해 성가정의 의미를 되새기며 행복한 가정을 건설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봅니다.
「생명을 살리자」에서는 1년에 수백만명의 죄없는 생명을 앗아가는 낙태 현실을 짚어보고 최근 청주교구를 중심으로 불길처럼 일고 있는 모자보건법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함으로써 참된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건설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자 합니다.
98년 7월 1일은 어찌보면 한국 가정사(家庭史)에 있어 하나의 「작은 혁명」으로 기록될만 하다.
「사사로운 집안일」로 치부되던 가정 폭력 문제가 국가 권력의 개입이 가능한 범죄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된 날이기 때문이다. 바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이다.
「부부간의 일」혹은 「뭔가 맞을 짓을 했을 것」이라는 사회의 암묵적인 용안아래, 특히 아내 구타의 반사회성과 반윤리성이 왜곡되어져 있는 상황에서 이 법의 시행은 가정폭력이 부부 또는 가족 안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처리로서도 해결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법률시행후의 신고 접수 결과를 볼 때 예상보다(?) 신고도 많았고 그 가운데 70%가량이 가정의 평화를 회복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정 폭력 범죄 처벌 특별법과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 이 두법은 여성단체들이 줄기차게 입법을 요구해 얻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각 가정에서 해결하도록 방치하기에는 그 병리적 현상이 너무 심각한 지경이고 사회가 치유 대책을 찾아내기 않을 수 없다는 인식에 바탕이 두어져 있다.
폭력남편 살해사건, 매맞아 죽은 여자 위령제, 부모가 자식을 때려 숨지게 하고 자식이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패륜현상의 증가가 그렇다. 아동학대 노인학대 매맞는 남편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그간 가정폭력은 전통적인 가부장의식과 남존여비 사상 등으로 등한시 돼온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등으로 간주, 이웃조차 간섭하지 않는 것을 당연시 해왔고 혹 남편의 상습폭력을 견디다 못해 신고를 한다해도 여성들은 「맞을 짓 했으니까 맞았겠지」「남자가 술마시고 그럴수도 있지」식의 단단한 사회통념으로 또 한번 상처를 입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국사회 3대폭력의 하나
전문가들은 한국에서의 가정폭력은 조직·학원폭력과 함께 한국사회 3대 폭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그 심각성을 경고한다. 특히 IMF사태 이후 생활고 가중으로 가정폭력의 위험수위는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여성의 전화 98년 상담건수 4만6백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항목은 「남편의 구타」로써 전체의 22.6%인 9195건이었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재엽 교수 연구 조사결과 한국 가정의 10쌍 가운데 3쌍이 부부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비율상으로 31.4%를 나타낸 이같은 결과는 미국 16.1% 홍콩 14.1% 재미 한국인 18.8% 일본 17.0% 등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이중 남편이 아내에게 일방적 폭력을 휘두르는 비율은 15.6%인 반면 아내에 의한 남편 폭력율은 3.5%로 5분의 1 수준이었다. 쌍방이 폭력을 행사한 경우는 12.3%.
보건복지부가 98년 긴급보호와 상담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을 위해 설치한 핫라인 「1366」번 분석 결과에서도 4만2천7백6건의 상담에서 「남편의 구타」가 1만2천25건의(28.2%)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또 다른 조사를 볼 때 서울 지역 여성의 45.8%가 결혼생활 중 한차례 이상 남편에세 매를 맞았으며 상습구타도 14.4%에 이르렀다.
가정폭력의 대물림
전문가들은 이같은 가정폭력이 당사자들 선에서 그치지 않고 자녀들에게 그대로 대물림, 보이지 않게 학교폭력과 사회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가출청소년 (약 50만명)들의 경우 그중 70% 이상이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나 성폭력 때문에 탈출구로서 가출을 선택하고 있다.
연세대 김재엽 교수의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 분석 결과는 「가정폭력의 대물림」을 단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조사에서 어릴 때 아버지한테 맞은 경험이 있는 성인남자의 69.5%가 자식을 때린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면 아버지에게 구타당한 경험이 없는 성인 남자들은 그중 48.6%만이 자녀를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역 고교생 800명을 상대로한 「청소년 폭력에 관한 실태」조사에서도 부모에게 맞은 적이 있는 고교생 일수록 친구들에게 자주 폭력을 휘두른다는 점이 밝혀졌다. 가정폭력이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12살무렵 아동기때 매를 맞은 적 있는 고교생은 33%가 친구에게 손찌검을 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고, 그런 경험이 없는 고교생 가운데 친구를 때린 사례는 20.9%로 현저히 낮았다.
특히 부모에게 맞은 적이 있는 학생의 44.2%는 「부모가 자식을 땔리 수 있다」고 응답해 가정폭력을 훨씬 쉽게 받아들이는 양상을 보였다.
김양희 중앙대 가족문화 연구소장은 『가정폭력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충동절제 능력이 부족하고 사회적응 장애를 나타내기도 한다』면서 『아들일 경우 폭력남편, 딸은 남성혐오증, 남성기피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회내의 상황
가톨릭 신자 가정 안에서도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여성들이 매우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가 6월 12일부터 10월 16일까지 100시간 과정으로 실시하는 「여성상담(가정폭력 상담원) 전문교육」도 그같은 맥락이다. 실제 본당내 여성 신자들이 수도자들에게 가정폭력으로 인한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나 교회내 전문 상담교육이나 상담원들의 수자는 극히 미미한 상황이기 때문에 직접 전문상담원 양성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한국 가톨릭 교회안에서 이에대한 구체적 사목논의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여성복지 차원에서 교회기관들이 매맞는 여성들을 위한 쉼터운영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여성 폭력을 근본적으로 고찰하고 가정사목 차원으로 접근한 프로그램들은 충분치 않다.
서울 가정사목부 노연호 신부는 『아직 가정폭력에 대한 공식적인 문헌도 마련돼 있지 못하고 오히려 가정을 위해 여성의 희생이 어느 정도는 당연시 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교회 모습을 진단한다.
노신부는 덧붙여 『가정폭력의 증가가 현대사회와 현대가정이 붕되되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또한 신자 가정들의 피해도 속출하는 상황에서 교회는 더 이상 가정폭력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문제해결을 위한 포인트는 「의식의 전환」이라고 못박고 있다.
특히 교회안에서 조차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축소시키고 언급을 회피하는 풍조는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구효성가톨릭대 김정우 신부는 『폭력 그 자체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파괴하고 상대방 인격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으로써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면서 『사목자들은 가정안에서 스스럼없이 자행될 수 있는 가정폭력의 문제점을 교육을 통해 신자들에게 주지시키고 의식을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 가저에서 남녀가 평등하며 누구나 하느님을 닮은 전인격체로써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교회내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에 관한 전문가들의 연계」「성평등 프로그램 마련」「장단기적인 여성평등 고양 프로그램 지원」등의 실행 필요성을 꼽고 있다.
교회 지도자인 사제 수도자 학자들의 여성폭력 연구를 지원하고 신학생들과 사제들에 대한 「남녀평등」「여성문제」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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