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의 어린이 책 코너에 가면 만화 삼매경에 빠진 초등학생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맘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그렇긴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그런 모습이 못마땅하다. 책을 살 때에도 가끔 아이와 부모가 실랑이를 벌인다. 아이는 한창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만화책을 사고 싶어 하고, 엄마는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권장 도서를 사고 싶어 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책 빌리는 문제로 부모와 자녀가 다투다 울고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요즘은 공부에 바쁜 자녀들을 대신하여 부모가 책을 빌려가는 일이 많은데, 가족 카드를 이용하여 한꺼번에 20권씩 빌려가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자녀가 그 많은 책을 다 읽기 때문이 아니라 일단 여러 권을 빌려간 뒤 그중에서 맘에 드는 책을 골라 읽히려는 의도다. 자녀에게 책을 읽게 하려는 열성은 높이 살만 하지만 자녀의 독서습관 형성에는 별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정기적으로 자녀와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르는 것은 자녀로 하여금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하지만 서점이나 도서관 나들이가 즐거운 경험으로 남아야 책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사전에 대화를 통해 자녀가 좋아하는 책과 부모가 원하는 책을 각각 몇 권씩 사기로 약속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비록 부모가 보기에 질이 낮아 보이는 만화책이라 할 지라도 아이가 원하면 일단 사 주는 것이 좋다. 다만 아이에게 왜 그 책을 사고 싶은지 어떤 점이 좋은지 물어보고, 부모 역시 그 책을 읽어보고 나서 대화를 나눈다. 대화를 할 때에는 자녀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먼저 존중해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런 다음, 부모의 생각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이렇듯 부모가 보기에 불량스럽다고 여기는 책을 아이가 읽고 있을 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일방적으로 빼앗거나 훈계하는 것보다 그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는 좋은 책, 안 좋은 책을 선별할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다.
더 나은 방법은 부모가 좋은 책을 꾸준히 읽어주는 것이다. 좋은 책을 계속 접하고 그 가치를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이 자라게 된다. 바쁜 자녀를 대신할때는 자녀와 함께 무슨 책을 읽을 것인지 독서 계획을 세운 다음에 빌리는 것이 좋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골라 읽어야 책을 읽는 게 즐겁고 책임감도 느낄 것이다.
아이와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는 것 외에도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은 아주 많다. 아침마다 아이에게 큰소리로 신문의 일기예보를 읽어보게 하거나, 그리 어렵지 않은 신문 기사를 읽어주는 것도 좋다. 또 요리할 때 레시피를 읽게 하기, 과자 상자에 적힌 글을 읽게 하기, 아침마다 시 한 편 읽어주기, 동화를 녹음하여 이동하는 차 안에서 들려주기, 도서관이나 지역 센터에서 실시하는 책 행사에 참여하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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