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안중본당 신설을 준비하던 때가 떠오르네요. 당시 평택본당 주임이던 장덕호 신부가 공소 사목을 하면서 본당 신설에 많은 공을 들였지요.
지역 교우들 역시 공소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어요. 장 신부가 가끔 와서 숙식을 할 때마다 할머니들이 쌀독에 쌀도 채워 넣고, 된장도 퍼 나르면서 본당 살림을 충당해주고는 했지요. 그 소식을 듣고 나도 한 번씩 공소로 찾아가고는 했어요.
당시 사목방문을 한참 다닐 때 공의회 정신과 공의회 결정들을 실행하기 위한 사목협의회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지요. 신자들이 교회의 주체로서 교회의 모든 일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거예요. 각 본당에 들를 때마다 사목협의회를 통해 본당의 상황을 들을 수 있었지요.
보통 본당 사목협의회에서는 성당이나 사제관 건립 등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교구에서는 그럴만한 여력이 부족했기에 항상 마음이 무거웠지요. 이때는 신부들이 모든 재정을 책임지던 때라 신부들의 부담도 컸어요. 이후 그 책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방안들을 생각하기 시작했지요. 이때부터 본당에서 신자들의 정성을 모아 본당의 재정을 마련하는 기반이 생겼어요.
사냥과 관련된 추억도 있어요. 신부님들 중에 사냥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서 때로 그들과 사냥을 함께 다녔지요. 대개 4~5명 정도가 함께했어요. 사목방문 갈 때도 미리 사냥총을 차에 싣고 다니고는 했지요.
한 번은 장호원본당에 가는 도중에 길가에 꿩 한 마리가 보여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쫓아가다가 본당 도착이 늦어진 적도 있어요. 서둘러 도착하고 보니 신자들이 성당 문 앞에 도열해 있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후로는 사목 방문 때는 사냥 준비를 하지 않았지요. 돌이켜보면 재미있는 일화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 사목방문에 나선 윤 대주교가 한 어린이로부터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