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에 불이 났다. 연분홍 진분홍 「꽃불」이 5·6월 산천을 뒤덮고 있다. 성미 급한 꽃불은 동네어귀를 불사르고 산밑을 지나 정상으로 정상으로 타오르고 있다. 메마른 바람에 쫓기듯 이 능선 저 능선 꽃불지피다. 때 이른 여름날씨에 화들짝 놀란듯 북으로 북으로 달아난다.
5월 22일 대구 대안본당 산악회(회장=진호만 안토니오)가 국내 최대 철쭉 군락지로 알려진 지리산 바래봉을 찾았다. 언제나 그랬듯 할아버지 할머니들 모시고 나온 효도산행이기도 했으며, 지역 비신자들도 함께한 선교산행이기도 했다.
『좀더 일찍 왔었더라면 산에 오르지 않아도 정말 좋은 구경 했겠구만…』
높은 연세 탓에 산에 오르지 못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산아래 지천으로 깔린 철쭉밭과 떠어진 꽃잎을 보며 내뱉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산을 오른 일행들. 꽃잎을 하나 둘 달고 있는 철쭉 터널을 지나 능선에 올라서자 『야~!』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래봉 정상과 이를 지나 정령치로 향하는 능선길. 마치 잘 가꿔놓은 화단에 활짝 핀 철쭉꽃만 가져다 심은 듯 장관이다. 지난달 진달래를 보러갔다 추운 날씨 탓에 꽃봉오리만 보고 온 아쉬움이 컸던지 반가움이 더했다.
대안본당 산악회는 1년전 창립됐다. 평소 산을 좋아하던 진호만 회장이 적극 나섰다. 신자들이 자신이 속한 신심·액션단체에만 머물 뿐 폭넓은 교류가 없다는 것을 아쉽게 생각해 온 터에 산악히를 통해 나눔을 가져보자는 뜻이 컸다.
현재 회원 110명, 30대서부터 7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본당 어느 단체에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을 갖고 있다. 한 겨울을 빼고 매월 4째주 월요일 산을 찾는다. 나눔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비신자 지역민도 함께한다.
모세가, 엘리야가, 예수님이 결정적인 순간에 산을 찾으셨듯이 이들도 산행을 통해 신심을 다져간다. 오가는 차안에서의 기도와 성가연습은 필수다.
무엇보다 실천적 행위로 환경보호 운동에 적극이다. 회원들은 모두 환경청에서 발급한 「환경감시원증」을 갖고 있다. 모두가 환경보호 최일선에 선 파수꾼인 셈이다. 그래서 이들의 산행 짐은 오를 때 보다 내려올 때 더 많다. 다른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마저 담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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