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데레사의 영적 가르침
데레사의 가르침은 그녀가 하느님과 합일해 가는 성숙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겪은 체험 내용으로 구성된다. 그녀는 교회의 권위의 지도에 의존하면서 성서나 성전에 근거하는 객관적 사실에 자신의 체험을 비추어 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그녀는 체계적 신학 지식이 자신에게 결여되어 있다고 여겼기에 자신의 체험을 능력이 및는 범위에서 심리적 분석과 함께 묘사하여 지도 사제 및 신학자들에게 보고하면서 식별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 그녀는 자신의 신비적 체험을 예리한 관찰력과 천부적 표현 능력으로 훌륭히 분석해 냈다. 그녀는 초보적 첫 걸음에서부터 신비적 일치의 절정까지 단계들을 저서에서 체계적으로 서술하면서 하느님을 향한 여정의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도권은 여러 차례 예찬하면서 공인하였다. 여기서 그녀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영적 가르침을 몇 가지 살펴본다.
1) 하느님의 현존의식
유년기부터 수도생활 초기까지 데레사는 하느님을 멀리 계신 분, 하느님 나라에 계시는 절대자라고 막연히 생각했으나 신비적 체험 후 하느님 현존 의식이 생동적이었다. 초보자로서 묵상시도를 시작했을 무렵 그녀는 자기 안에 하느님의 활동을 감지했으며 영적인 큰 기쁨을 느꼈다. 그리고 나서 더욱 강한 하느님의 개입을 깨달았다. 그분은 바로 곁에서 아주 작은 마음의 움직임까지 들어주고 응답해주는 사람처럼 자신을 드러내 보이셨다. 마침내 어느 날 하느님의 현존은 하나의 확신으로 그녀의 영혼에 다가왔다. 하느님의 현존은 마치 그릇과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의 관계와도 같이 느껴졌다.
하느님께 대한 신비적 인식은 그녀를 점진적인 자아인식에로 이끌어갔다. 그녀는 자신안에 무한한「부의궁전」에 비교될 만한 참된 내적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결국 그녀의 중심, 영혼의 가장 내밀한 장소, 바로 그곳에 하느님께서 머무시고 계시다는 것을 체득하게 되었다.
2)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만남
하느님의 현존 체험은 삼위일체의 신비적 인식 안에 심화되어갔다. 이러한 풍요로움은 시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현존의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인성을 제시하신 그리스도와의 생생한 접촉으로 점차 완성되어 갔다. 그녀는 어느 날 묵상기도 중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곁에 계심을 느꼈다. 그것은 지적인 현시(現示)였다. 이것은 상상적 현시와는 대조적으로 영혼에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다음에 그녀는 주님의 손만을 보았다. 며칠 후엔 그분의 얼굴을 그리고 드디어 인성 전체를 보았다. 상상적 현시와 지적 현시가 후에 번갈아 일어났는데 그녀의 생애의 마지막 무렵에는 후자가 더 많이 계속해서 일어나게 되었다. 데레사는 의심할 수 없는 참된 시현(示3現)을 체험하면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보았다.
3) 삼위일체의 내주(內主) 체험
그리스도의 현존의식과 체험은 그녀 안에 「한없이 부드러운 사랑」을 더욱 더 성장시키는 결심을 얻도록 했고 동시에 삼위일체의 현위 안으로 데레사를 맞아들이는 은총을 받도록 했다. 그녀는 성부의 품속에 감추어져 있는 성자를 보여주시는 시현을 보았다. 성자를 통하지 않고는 아무도 성부께 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나 그녀는 이 진리를 체험으로써 확신하게 되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누린 후 데레사는 성삼위가 은총 상태의 영혼과 함께 계시다는 성서의 말씀을 자신 안에서 체험하였다. 그녀의 영혼이 물을 빨아들인 해면처럼 신성(神性)으로 잔뜩 부풀어 오른 듯했다. 그녀는 자신 안에 내재하시는 세 위격의 존재를 자신안에서 누렸다. 성삼위는 단순한 관상의 대상이나 사랑과 인식의 원천일 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그녀 안에서 활동하셨다. 그녀는 체계적 신학지식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체험에 따라 상세히 그리고 놀라우리 만큼 정확하게 그에 관해 기록하고 있다.
4) 하느님과의 대화인 묵상기도
묵상기도는 데레사의 정의를 요약하면 「하느님과의 친밀한 우정의 나눔」이다. 그녀의 저서들은 모두 묵상기도에 관해 말하고 있다. 「자서전」은 그녀가 묵상기도를 통한 하느님을 향해 나아간 발자취라고 할 수 있다. 「완덕의 길」은 묵상기도의 훌륭한 교본이다. 「영혼의 성」은 하느님과의 일치를 향한 진보의 단계에 대응시켜 묵상기도의 심도를 묘사한 체험기이다.
데레사의 묵상기도는 크게 나누어 세 가지의 본질적인 요소로 구성된다. 하나는 믿으을 모으는 것이다. 이것은 외부의 세계에 대해 초연해야 함을 뜻한다. 묵상기도 중엔 보고 듣는 것에 정신이 흩어지지 않게 습관을 들여 고요중에 머무르도록 해야한다. 그녀는 이러한 기도의 자세를 거둠(잠심)이라고 했는데 영혼이 모든 능력을 거두어 들여 자기 안으로 들어가 주님과 같이 있는 것이다. 묵상의 둘째 요소는 그리스도와의 만남이다. 묵상기도에서 하느님은 현실적으로 우리 안에 존재하시고 우리가 그분 앞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묵상기도의 중심은 그리스도께 대한 영혼의 시선과 영혼에 대한 그리스도의 시선이다. 그녀가 말하는 하느님과 신앙인의 「시선」은 실제로 직접적인 개인적 관계, 상호간의 존재의 현실적인 사랑의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묵상기도의 세 번째 요소는 하느님과 사랑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하느님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묵상기도의 형태는 두가지 습인데 그것은 단순한 대화의 모습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꾸밈없이 말씀드리는 것과 복음을 주제로 한 대화이다.
묵상기도는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또 생각이 의지를 지배하는 것은 더욱 더 아니다. 영적 진보는 생각이나 추리를 많이 하는 데 있지 않고 얼마나 많이 사랑하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녀는 묵상기도를 「많이 생각하는 일이 아니고 많이 사랑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5) 관상과 신비적 현상
데레사에게 묵상기도란 완전함에로 점차 인도해 가는 길이며 특별한 은총을 받은 이들에게는 신비적 일치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영혼의 성」에서 데레사는 발전 단계를 일곱 개의 방으로 구분하고 있다. 앞 단계의 궁방들에서 초심자들은 단순한 묵상, 잠심의 기도 상태에서 「고요함」이라는 묵상의 단계로 넘어가며 초자연적 관상에 들어선다. 초자연적 관상이라 자신의 여러 능력을 사용해서 영혼 안에 실제적으로 현존하시는 하느님께 영혼이 합일하는 체험을 뜻한다. 먼저 하느님과 영혼의 단순한 만남에서부터 시작하여, 제 4,5궁방, 다음에 제 6궁방의 「혼약」그리고 드디어 완전한 신비적 합일인 「영적 결혼」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데레사는 그러한 신비적 은례가 완전함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 불가결한 조건이 아니라는 것과 그것을 잘못 이해해선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신묘한 은혜는 사랑의 성장과 덕 실천에, 교회를 위한 봉사에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곤경, 고통과의 대결에서 영적으로 힘있는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데레사는 하느님께서 모든 이를 같은 길로 인도하시지 않는다는 것도 확실히 알고 있다.
신비적 상태의 본질 요소와 거기에서 부수되는 결과가 생기는 것을 혼동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식별해야 한다. 이상한 현상들이 때론 신경병적 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수적 결과란 심리적, 신체적으로 일어나는 이상한 현상으로 황홀, 상승(上昇), 정신의 비상, 탈신(脫身), 희열 등 탈아(脫我) 현상이다. 데레사는 아직 완전하지 못한 영혼들을 회심케 하려는 목적으로 하느님의 자비로 탈아가 일어난다고 이해하고 있다. 그녀는 신비적 관상의 은혜를 바라는 것은 옳고 좋은 일이나 이상한 은례를 열망하지 않길 권한다. 데레사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가장 확실한 것은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만을 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신을 아는 것보다 하느님은 우리를 더 잘 알고 계십니다. 더구나 우리를 사랑하고 계십니다. 주님의 거룩한 뜻이 우리 안에 이루어지기 위해서 우리를 그분의 손안에 맡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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