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블린(30)씨. 2004년 필리핀에서 온 그는 다른 결혼이민여성들의 ‘영어 선생님’이다.
수원 이주노동자사목센터 엠마우스의 ‘원어민 외국어교실’의 교사로 지원한 그는 매주 수요일 오후 3시가 되면 조금이라도 빨리 엠마우스의 교실을 찾는다. 자신을 ‘선생님’이라 부르는 결혼이민여성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6살 딸이 있어요. 주부이면서도 영어독서지도사, 학원 영어강사, 유치원 교사, 영어과외 등 영어에 대한 다양한 일을 했지요.”
그가 원어민 외국어교실 교사를 자청한 것은 딸과의 에피소드 때문. 유치원에 간 딸이 엄마의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어느 날 무엇인가를 물었고, 엄마는 속상해졌다.
“‘엄마, 멍청이. 발음, 왜 몰라’라고 하는 순간 당황스럽더라고요. 하지만 바로 ‘괜찮아, 엄마는 영어를 잘 해’하면서 영어를 가르쳐줬어요. 요즘엔 유치원에 가면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엄마와 영어대화도 하고 있지요.”
그는 다문화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일들이라며, 베트남·중국·몽골 등 다양한 곳에서 온 결혼이민여성들이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겪을 일을 위해 미리 공부하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원어민 외국어교실은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많은 여성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동안 아이와 소통을 잘 하지 못하는 엄마들을 보면 참 안타까웠어요. 하지만 이렇게 배우러 온 엄마들의 얼굴을 보면 같은 엄마로서 너무나 행복해요. 예수님도 자기의 것을 선뜻 내어주시잖아요. 저도 하느님을 바라보며 제가 가진 것을 나누려고 노력해요.”
한국인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들의 마음은 다 같다는 에블린씨. 자신의 탈렌트인 영어가 결혼이민여성들에게 꿈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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