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했지요….”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급작스레 찾아온 사고는 소박한 일상을 꿈꾸던 가족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조선족 박승철(야고보)씨에게 질식사고가 일어난 것은 지난 2월이었다. 고물상에서 늦게까지 일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동료들과 찾은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 목에 걸렸던 것.
곧바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심장정지와 쇼크, 혈흉, 흡인성 폐렴 등 이미 그에게 남겨진 상처는 너무 컸다. 현재는 반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여러 개의 관과 기계에 의지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부인 김명자(모니카)씨는 아직까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다. 남편이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은 순간부터 가슴이 먹먹하고, 심장이 타들어갈 지경이다.
“병원에서 뇌손상이 너무 심해 치료를 받아도 식물인간 상태로 평생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그저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했어요. 자꾸만 깨어날 것만 같아서….”
부부는 지난 2007년 처음 한국에 들어와 단란한 행복을 꿈꾸며 열심히 일했다. 최근에는 각각 하남과 인천에서 멀리 떨어져 지냈지만 미래를 생각하며 꿋꿋이 이겨냈다. 하지만 불시에 일어난 사고가 가족의 미래를 송두리째 앗아갔다.
“남들처럼 아기자기하게 살진 못해도 우리 힘으로 잘 살아보자며 위로해주던 남편이었는데, 이렇게 누워만 있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부인 김씨는 예전에 일하던 찜질방과 지인의 집을 오가며 박씨의 면회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겨우 한국을 찾아온 아들, 딸 역시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아들 박경봉씨는 “아버지가 저렇게 쓰러지신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건강하실 때 효도하지 못한 것이 제일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이제 부인 김씨와 가족들에게 남은 것은 ‘기다림’ 뿐이다. 김씨는 ‘기다림’ 속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남편이 자신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다면 그의 생명이 다른 이들의 생명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씨는 “어차피 타향에서 돌아가시면 태워서 보내드려야 하는데 다른 분들이 남편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얻는다면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박씨의 심장이 스스로 힘으로 뛰고 있기에,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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