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기를 타다
16일 오전 9시, 서울 용산 군종교구청에 사무처장 김정환 신부를 비롯 서상범·구성진·서하기·조정래 신부 등 육해공을 대표하는 사제들이 모였다. 유 주교의 백령도·연평도 방문을 함께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서울과 인천 군종후원회 지도신부인 윤병길 신부와 차혁준 신부도 동행했다. 해병을 격려하기 위해 오른 이번 방문에서 따뜻한 마음은 모일수록 힘이 됐다.
이번 방문 교통수단은 ‘헬리콥터’다. 뱃길로 4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를 헬기로 1시간 40분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국방부의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다가온 헬기는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며 일행들 앞에 착지했다. 일행들이 탑승하고 안전벨트를 착용하자 헬기는 바로 이륙했다. 순간 아찔함도 느껴졌지만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기다리고 있을 이들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상공 500m 위로 올라가자 서울시내가 한 눈에 펼쳐졌다. 헬기는 서울, 과천, 안양, 안산, 시화호 상공을 지나갔다. 다행히 날씨까지 맑아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서해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 백령도에 가다
첫 방문지는 백령도.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나는 모습과 닮았다하여 백령도라 불리는 이곳은 서해 최북단 섬으로 북한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 서해 5도(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소청도, 우도) 중에서도 가장 큰 백령도에는 인구 5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2000∼3000여 명이 군인일 정도로 군의 전략요충지다. 또한 섬 서쪽에서 천안함이 침몰돼, 온 국민에게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일행은 도착과 함께 해병대 6여단장을 만났다. 유 주교는 이 자리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백령도를 방문한 의미도 깊지만 이곳 병사를 비롯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전사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왔다”며 “천안함 1주기를 맞아 희생 장병을 위해 교구 모든 사제들이 연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부대에 지원금을 전달했다.
해병대 6여단장은 “백령도는 지휘관을 중심으로 단결이 잘되고 있다”며 “백령도에 들어오기 전 신병들에게는 평택에 있는 ‘천안함’을 견학시키는데 이를 본 신병들은 애국심이 고취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에서는 191.4㎞ 떨어져 있으며 북한 장산곶까지의 거리는 17㎞에 불과한 백령도는 전쟁에 완전한 대비체재를 구축하고 있다. 백령도를 지키는 흑룡부대에 대한 설명을 들은 일행은 국방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군의 노력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후 흑룡본당(주임 김혁민 신부)을 방문, 유 주교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본당 공동체를 격려했다.
김혁민 주임신부는 “병사들의 열정과 사기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주교님의 방문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군종장교로서 부대 움직임에 협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 유수일 주교가 백령도 흑룡본당을 방문해 신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연평도 땅을 밟다
포격사건 이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연평도는 안정을 찾은 모습이었다. 뭍으로 나갔던 주민들은 대부분 돌아왔다. 섬이 안정되기까지는 물론 군의 노력이 지대했다. 군인과 민간인의 희생이 있었지만, 군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해병의 위상 또한 높아졌다. 지원자가 급격하게 늘었으며, 백령도와 연평도 병력 보강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섬에는 여전히 그때의 상처가 남아있다. 부대 곳곳에 있는 포격 흔적은 사건 당시를 떠오르게 한다. 연평부대는 포탄으로 화장실 지붕이 소실된 곳을 역사박물관으로 남길 계획이다.
연평부대장은 “사건으로 부상당한 병사들도 곧 복귀하고, 전력도 보강된다”며 “군종교구장이신 유수일 주교님과 많은 신부님들이 부대를 방문해주시니 용기백배 격려가 된다”고 전했다.
▲ 연평부대를 비롯 해병대와 모든 군을 위해 기도하는 유수일 주교.
연평도에는 군종교구 관할 본당이 없기 때문에 이번 방문은 군종교구장의 첫 방문이다. 유 주교는 연평부대에도 지원금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는 서하기 신부(해군본부)가 연평부대 수송병과에서 근무했던 송도헌(베드로) 해병대 예비역 중령의 위로금과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유 주교는 “이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순직한 장병들이 근무하던 곳에서 영혼의 안식을 비는 기도를 바치기 위해 왔다”며 “최전방에서 국토방위를 하며 수고하는 해병대와 해군 장병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유 주교는 또 인천교구 연평본당을 방문했다. 특히 포격을 당했는데도 상처 하나 남지 않은 성당의 성모상 앞에서 고통의 신비를 바쳤다.
▲ 해병대 6여단을 방문해 군인들을 격려하고 있는 유수일 주교.
▲ 백령도와 연평도 방문을 함께한 군종교구와 서울, 인천 군종후원회 사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