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을 결혼한 여인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무슨 사연이 그리 많았기에…. 한 많은 인생을 살아온 인생 여정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등장하는 사마리아 여인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손에 물 안 묻히고 몸종을 거느리며 편하게 살지는 못해도, 한 남자 만나 그 품에서 쉬며 자녀들 낳아 기르고 오붓한 가정을 꾸미고 싶었던 여인이었을 텐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어느새 여섯 번째 남편을 맞아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인적이 뜸한 정오 시간을 이용하여 물을 길으러 가는 여인의 심정…. 누가 무어라 손가락질 하지 않는데도, 누군가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려고 주변을 살피며 우물가로 향하는 여인의 발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이 여인을 예수님은 우물가에서 만나십니다. 예수님은 그 여인에게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라고 말을 건넵니다. 그 여인은 곧바로 물을 떠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처지는 예수님과 상종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주저거립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여인에게 “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나에게 마실 물을 청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이 여인은 예수님에게 “선생님은 두레박도 가지고 계시지 않는데 어떻게 주실 수 있습니까? 선생님은 이 우물을 마련해준 조상 야곱보다 훌륭하다는 말씀입니까?”라고 반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에 그 여인은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이리 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이렇게 이어지는 예수님과 여인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이 여인은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이렇게 여인이 기쁨과 희망으로 바뀌게 되는 원인을 곰곰이 살펴보면, 예수님은 그 여인에게 불쌍한 자신의 처지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바라보게 하십니다.
이러한 안목으로 우물가에서 이루어진 대화를 재구성하면, 예수님은 그 여인에게 물을 달라고 하여, ‘도움을 주는 여인’으로 승화시켜주십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그럴만한 위인이 못된다고 주저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에게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인정하기만 하면, ‘물을 떠주는 여인’이 아니라, ‘물을 받아 마시는 여인’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이 여인은 또 주저하고 믿음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물도 깊고 두레박도 가지지 않고 어떻게 물을 줄 수 있습니까? 당신이 이 우물을 마련해주신 야곱보다 훌륭합니까?’ 그러나 예수님은 여인을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권위있게 당신이 누구이며, 당신이 주는 물이 어떤 물인지를 알려주면서, 차츰 이 여인을 구약의 전통과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예수님께 마음을 돌리는 ‘믿음의 여인’으로 승화시켜주십니다. 이로써, 불쌍한 처지에 있었던 여인이 예수님과 만나면서 새사람이 됩니다.
이렇게 새사람이 된 여인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가서, 네 남편을 불러 이리 함께 오너라.” 그러자 이 여인은 주저하지 않고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더 이상 거짓이나 꾸밈이 없는 답을 합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맞는 말이다. 너는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지만 지금 함께 사는 남자도 남편이 아니니, 너는 바른대로 말하였다.”라고 칭찬해줍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막연한 희망 속에서 왠지 모르게 복잡하고 죄스럽게 살아왔던 사마리아 여인을 ‘올바른 여인’, ‘믿음의 여인’, ‘사랑을 받을 만한 여인’, ‘도움을 주는 여인’으로 바꿔주십니다. 이렇게 변한 여인은 세상으로 가서, 자기가 만난 예수님을 전합니다. 그러자 그 고을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고 오늘 복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불쌍하고 과거의 죄스러운 자신의 처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만나 그분의 이끄심에 의해 새사람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주님께서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솟는 생명수를 주시기 위해 우물가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번 주에는 조그마한 감실에서 나를 기다리는 예수님을 만나러가는 성체조배 시간을 자주 가지려 합니다. 그 시간에 여러분을 기억하겠습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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