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상황
정조는 탕평정치를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재임기간 동안 당색간의 대립과 갈등은 계속되어 왔다. 정조 14년경부터는 노론이 시파와 벽파로 나뉘었듯이 남인 안에서도 두 파(천주교의 신앙문제)로 나누어졌다.
정조 16년 이후 시파와 벽파간의 대립이 점점 심해져 갔지만, 정조는 양쪽을 조화롭게 조제시켰다. 또한 소통정책을 넓게 실시하여 사대부의 정치 참여 폭을 확대하고, 벽파를 견제시켜 나갔다. 정조 24년(1800) 6월 28일 정조가 갑자기 죽고 순교가 11세의 나이로 즉위하자 영조 계비 정순왕후 김씨가 수렴청정을 하게 되었다. 이에 노론 내부의 시파와 벽파 사이의 대림이 전면에 부각되었다.
벽파는 이후 정조 연간 정국 주도의 중요한 기둥을 이루었던 남인들을 제거하였다. 그것이 바로 1801년에 천주교 세력을 박해한 사건이었다. 이때 이가환·권철신이 옥사하였고 이승훈·정약종이 처형당하였다. 이로써 남인은 중앙 정계에서 재기할 수 없을 만큼 타격을 입었다.
사회상황
18세기 후반이 되면 노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반면에 양반층은 많아졌다. 1801년(순조1) 1월 28일 조정에서는 이미 유명무실한 공노비제를 혁파하고 이들을 양역에 충당하여 국가재정을 늘리는 정책을 시행했다. 즉 정순왕후는 내시노비의 혁파를 명하고 곧바로 대제학 윤행임에게 윤음을 지어 서울과 지방에 반포하도록 하였다. 윤음에서 주목할만한 사실은 국왕의 입장에서 보아 노비나 양인이 「똑같이 사랑스런 자식이다」라고 하였다.
상언과 격쟁은 조선기기에 사민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소원 제도의 하나이다. 이러한 상언·격쟁은 세도정권기의 왕권이 약화되고 양반 벌열가문이 정국을 장악하면서 기능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백성들은 이런 소원제도를 적극 활용하려 했을 뿐 아니라 이것이 제대로 관철되지 않을 경우에는 비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그들의 억울함을 해소하려 노력했다.
1800년(순조 즉위년) 8월 인동 신촌의 민인 60여명이 관아에 돌입하여 인동부사를 결박하려다 실패하여 도주하였다. 선비 장시경이 생물(生佛)로 소문이 나면서 그의 동생과 함께 마을 장정을 규합하여 거사를 도모하였다.
맺음말
신유박해 직전의 상황을 통해 박해의 원인을 몇가지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가장 큰 원인으로 정치적인 대립인 시파와 벽파의 정국주도권의 싸움에서 시파가 철저히 배척당했다는 이유이다. 즉 정조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생긴 힘의 공백 사태에서 사교로 낙인 찍혀온 천주교는 남인 시파를 정계에서 몰아내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두 번째는 정조의 갑작스런 죽음을 두고 거사를 일으킨 장시경 집단이다. 장시경은 「노론」이 득세하고 남인이 모조리 녹아난다」는 괘서를 가지고 사람들을 모았다. 그것은 노론에게는 곧바로 사학죄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인을 옹호하는 집단이 거사했다고 보여질 수도 있다. 이것은 천주교 신도들도 비밀 조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나중에 민중봉기에 나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높아지는 민권의식에 대한 사상 통제라는 의미에서 박해의 원인을 찾고자 한다. 당시 민간에는 민중종교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미륵신앙이나 감결사상 등이 활발하게 성행하고 있는데 반해 아직도 정부에서 성리학적 사고체계를 고수하려는 의도에서 사상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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