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비안네는 인간적인 노력에 의존하는 그러한 정화를 넘어, 수동적으로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초자연적 힘에 모든 것을 의탁하면서 육신과 영혼을 초월적으로 변형시키는 신비적 삶을 사셨다. 그리고 본당 사제로 지내면서 엄청난 열정으로 고해 성사에 임했다.
비안네는 연 평균 2만 명에게 고해성사를 주었다고 한다. 이를 하루 단위로 계산하면 매일 60명에게 고해성사를 준 것이다. 한 명당 5분으로 환산하면 매일 5시간 이상씩 고해소에서 살았던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서 우리는 비안네의 신자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읽을 수 있다. 하느님과 합치된 삶을 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비안네는 단순히 ‘고해성사의 달인’이 아니었다.
초자연적 신비를 체험한 성인이었다. 비안네 신부는 뛰어난 영성가였다. 비안네 신부는 보이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신학자들을 볼 때마다 탄식했다. “열심히, 착하게 잘 살기만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신앙인들에게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비안네는 자주 이렇게 말하곤 했다.
“초자연적 사건에 대해서 감수성이 너무 무뎌져서, 우리는 막상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했을 때 이를 믿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예수의 기적을 직접 접했던 유다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던 것처럼, 우리도 기적을 매일 체험하면서도 막상 마음이 닫혀 그 기적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안네의 신앙은 하느님에 대한 갈망과 합치에 대한 체험에 바탕하고 있었다.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고, 귀로 듣는 체험이 강렬하다 보니 신앙도 그만큼 강해졌고, 그 강한 신앙이 삶으로 배어나온 것이었다.
비안네는 또 자연과 가난을 사랑한 성인이었다. 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안네 신부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묵주를 들고 혼자 산책하면서 기도했다. 그는 그 산책 시간을 사랑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자연을 사랑했다. 비안네 신부의 자연사랑은 오늘날 우리들이 자연을 사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늘날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의 싱그러움을 사랑한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행복해 한다. 하지만 비안네 신부는 소음 가득한 도시에서 탈출할 때 느끼는 그런 해방감으로 자연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눈만 뜨면 보이는,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는 그 자연 속에서 하느님의 창조물인 자연을 사랑한 것이다. 비안네 신부는 그래서 신자들에게 자주 대자연에 대한 자신만의 관상을 전했다. 비안네 신부는 또한 철저히 가난을 몸으로 살았다. 2~3일 동안 아무런 음식을 먹지 않을 때도 많았다. 편안한 잠자리를 거부하고 침대 속의 짚을 일부러 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비안네는 특히 회개와 성체성사를 강조했다. 비안네는 신자들에게 성체를 자주 모시라고 권고했다. “성체를 모시십시오. 내 형제들이여 예수님께로 가십시오. 초대를 거절하지 마십시오. 죄가 너무 커서 초대에 응할 수 없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사실대로 말하자면 여러분은 합당치 않습니다. 물론 우리는 죄인입니다. 하지만 죄가 너무 많아서 주님께 나아갈 용기가 없다고 말해선 안 됩니다. 몸이 아픈데 치료를 거부하거나 의사를 부르지 않겠다고 말할 수 없지 않습니까?”
비안네 성인은 또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모든 것을 사랑하는 하느님께 바쳐야 합니다. 일, 걸음걸이, 잠 등 그 밖의 모든 것을 그분께 봉헌하지 않으면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느님과 함께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입니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 일입니까. 그분이 모든 것을 지켜보시고 모든 것을 용서하신다고 생각하며, 아침마다 이렇게 기도합시다. ‘모든 일이 당신 마음에 드시도록 제가 하는 모든 일에 당신이 함께해 주십시오’, 우리들의 영혼에게 하느님은 얼마나 많은 위로를 줍니까. 영(마음)과 하느님 둘은 절친한 친구와 같습니다.”
우리들의 삶도 비안네 성인 이상으로 하느님과 합치하고 또한 교우들을 돌보며 사회의 모든 시민과 국민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봉사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연적인 삶이 아닌 초자연적인 삶을 항구하게 이어가는 노력이 아쉽다. 비안네 성인은 하느님의 참된 아들이요 하느님의 참된 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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