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도움을 주시는 한분 한분 기도의 힘으로 30년 역사를 기록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숱한 인터뷰 요청에도 한사코 사양하다 군종교구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설득에 마지못해 인터뷰에 응한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이관진(베드로) 회장. 그는 자신을 「고기」낚는 어부들이 마음놓고 그물을 던질 수 있도록 「밀밥」역할을 하는 이라고 낮췄다.
지난 87년부터 군종후원회 회장으로 일해오고 있는 이회장의 군종교구와의 인연은 그러나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게 모르게 군종교구를 꾸준히 도와왔던 것.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초창기 선배님들의 노고와 희생에 비해면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자신이 그러나면 큰일이라도 나는 양 극히 말을 아끼는 이회장은 수십년을 통해 쌓여온 은인들의 빛이 자신으로 인해 바랠까 염려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군 생활을 한 이들이라면 이회장의 숨은 도움을 받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다. 지금껏 후원회를 통해 전국 각지의 군 성당과 군에 보급한 성서만도 수만권. 이 외에도 묵주, 가톨릭신문 등 교회소식지, 신앙관련 도서들…. 그 숫자만도 모든 군인들에게 돌아가고 남을만한 양이다.
특히 그가 힘을 보탠 적지 않은 수의 군 성당들도 전국 곳곳에서 「선교의 황금어장」을 일궈내는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빛을 발하고 있다. 또 산간벽지나 오지의 군성당에서 사목하고 있는 신부들을 위해 내놓은 지프차들은 군종교구의 발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적잖은 수의 영상 장비와 CD 플레이어 등을 군에 보급해 장병들의 문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회장은 자신의 활동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웬만한 행사에는 물론 그가 지원해 지은 군 성당의 봉헌식 자리조차 사양하며 공을 주위에 돌려 군 부대장들 조차 감탄할 때가 많았다.
『교회가 젊고 힘있는 모습을 가지려면 군종교구가 잘 돼야 해요』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종교구의 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이기에 안타까움도 그만큼 크다.
아직 14개 교구 가운데 4개 교구에만 군종후원회가 있는 현실에 책임감을 느낀다는 그는 더욱 열심히 뛰어다니며 후원회 활성화에 힘을 쏟을 다짐을 내비치기도 했다.
『드러나지 않는다면 하느님이 시키시는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보잘 것 없는 능력을 써주시는 하느님께 오히려 감사하다는 이회장의 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사랑의 힘을 보태고 있는 군종후원회원 모두의 말인 양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 군종회원회 30년 발자취
힘겨워하는 병사들의 어깨를 매만져주며 십자가를 나눠지고 걸어온 30년, 6·25와 더불어 시작된 한국교회 군사목을 뒷받침하며 울타리가 되어온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군종교구 7376명, 서울대교구 2146명, 수원교구 737명, 군종교구의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지난 한해 동안의 20대 영세자의 숫자. 「선교의 황금어장」, 「교회를 젊게 하는 원동력」등으로 불리며 교회의 희망을 얘기하는 자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군종교구의 이런 역사에서 군종후원외는 빠질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군종교구장 이기헌 주교도 강조하듯 군종후원회는 군종교구의 아픔과 어려움을 들어주는 「어머니」, 자상한 「누이」와 같은 존재다.
군종교구가 아직 교구의 면모를 갖추기 전인 군종신부단 시절이던 1968년 군인주일 제정으로 맹아가 싹튼 군종후원회는 1970년 1월 13일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민병권(프란치스코) 의원을 초대 회장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후원회 초대 총재 지학순 주교를 필두로 제2대 총재 김수환 추기경을 거쳐 현재의 제6대 총재 이기헌 주교에 이르기까지 군종교구와 군종후원회는 군대라는 특수현장에서 어둠을 밝히는 「등불」과 「기름」의 역할을 나눠 져왔다. 이는 후원회 창립 당시 1만8000여명이던 신자가 99년말 현재 8만2300여명으로 성장한 군종교구 역사가, 후원회 창립 이전 10년간 1700여명이던 입교자 수가 후원회 활동 10년 후 3만5000여명으로 증가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78년 후원회에 의해 군 성당 신축사업이 최초로 추진된 이해 후원회와 은인의 도움으로 건립된 성당과 공소가 51곳, 비품지원 119곳, 교육관·사제관 등 부속건물 건립지원 21곳…. 이런 후원회의 물밑지원이 오늘날 74곳의 성당, 173개 공소 등을 거느린 군종교구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버려지다시피 한 선교 무대였던 군대를 「황금어장」으로 가꿔온 후원회 또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뤄 현재 서울대교구를 비롯, 부산, 대구, 마산 등 4개 지부의 564개 본당에서 5만900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군의 복음화에 사랑을 보태고 있다.
특히 제2대 교구장 이기헌 주교 취임 이후 6개월만에 지난해 영세자 8000여명에 육박하는 비약적인 발전상을 보이고 있는 군종교구에 있어 후원회의 역할은 단순한 지원자의 위치가 아닌 동반자임을 보여주고 있다.
※회원가입=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02)776-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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