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교회에 맡기신 직무는 크게 가르치는 직무, 다스리는 직무 그리고 거룩하게 하는 직무입니다. 이 직무는 구체적으로 성품성사를 받아 축성된 성직자들에게 공적으로 부여된 것이며, 이 직무와 함께 교회 내에서 여러 가지 권한도 함께 부여됩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사제직을 직무적 사제직과 일반 사제직으로 구분하여 설명을 하면서 평신도도 역시 세상에 살면서 다른 차원에서 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가르칩니다.
사제직이란 그리스도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모든 인류를 거축하게 하신 희생의 직무를 이야기합니다. 성찬례가 이루어지는 순간 이 신비는 성직자들의 손으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직자와는 달리 평신도들은 미사 때가 아니라, 자신의 생활 터전에서 희생을 통해 영적인 열매를 맺도록 소명을 받은 것입니다.
평신도들은 일터에서, 사도적 활동에서, 가정 생활에서, 일상의 노동과 휴식에서 성령의 도움을 받아 생활의 기쁨과 어려움을 제물로 바친다면 이것은 영적인 희생이 되며,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희생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바치는 제사가 된다고 가르칩니다. (교회헌장 34). 즉,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평신도들은 주님과 교회의 진리를 따라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복음을 따라 살면서 주님의 말씀을 희생으로 증언하는 가운데 사제직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이런 평신도들이 미사에서 공식적으로 봉사하도록 몇 가지를 배려했습니다. 즉, 독서직과 시종직입니다. 독서직이란 거룩한 하느님의 백성 앞에서 성서의 말씀을 선포할 자격을 공적으로 얻는 것이며, 시종직이란 미사에서 제단에 올라 사제들을 도와 봉사할 자격을 받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 직분이 사제직으로 나아가는 신학생들에게 단계별로 수여되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그런 직분을 주는 곳도 있습니다. 또한 평신도들에게 이례적으로 말씀의 전례를 주례하고, 전례 기도를 주례하거나, 세례를 베풀고 또한 성체분배의 권한도 부여합니다.
이 모든 일은 평신도의 삶이 그리스도의 희생제사와 같은 희생의 연속이며, 그런 삶을 봉헌하는 거룩한 평신도가 바로 교회의 사제직을 잘 표현하고 실천하는 귀감이 된다는 확신을 교회가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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