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동으로 전국에서 소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던 지난겨울. 경주의 한 축산농가에 세워졌던 학생들의 소 그림이 농민들의 마음을 달래줘 화제가 됐다. 포항지역 15명의 초·중·고교생들을 이끌고 설움에 빠진 축산농가에 희망을 선사했던 포항예고 여이주(안젤라·19·대구대교구 포항 지곡본당)양과 어머니 신진영(헬레나·미술가)씨를 만났다.
“신문에서 구제역에 감염된 소가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슬펐습니다. 소의 입장에서는 원치 않은, 어떻게 보면 인간에 의해 빚어진 재앙이잖아요. 비참하게 죽어가는 소의 모습을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싶었어요.”
여이주양의 기특한 생각에 어머니 신진영씨가 이에 동참했고, 여양과 함께 그림을 공부하던 학생들도 참여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지난 2월 경주시 천북면 한 농가의 논 위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소 조사료용 곤포 사일리지(가축 사료용 발효 볏짚)에 폐현수막을 덧입혀 화려한 색채로 표현한 소 그림이었다. 농민들을 비롯한 주위 반응이 예상보다 좋았다.
신씨는 “여러 모로 힘든 작업이었는데도 아이들이 너무 열심히 해 줬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다”며, “딸이 늘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작가가 되길 바랐는데, 이번 기회가 인성적·영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은 대구대교구 경주 산내성당(주임 이창수 신부)의 담벼락을 성화로 장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역민들이 공감할 만한 작품을 앞으로도 꾸준히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활동이다. 그만큼 각오 또한 남다르다.
여양은 “이번 기회를 통해 마음도 따뜻해지고 저 자신도 성숙해지는 것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작가로 커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 신씨도 “보여지는 것에 가치를 두지 않고, 내면이 꽉 찬 사람이 됐으면 한다”며, “미켈란젤로처럼, 만인이 공감하면서 그 안에 하느님을 나타내는 성화를 그리는 화가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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