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은 안전한가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까지 고리, 월성, 영광에 원전 13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의 원전 수는 21기다. 경제성, 타당성 검토는 차치하더라도 그리스도인이라면 양보할 수 없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과연 원전이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할 만큼 안전한지에 대한 여부다.
이 문제에 대해 역사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원전 역사 6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대형 참사는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섬, 그리고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에서까지 총 3번 발생했다. 절대 안전하다고 강조했던 것도, 그럼에도 대형 참사를 일으켰다는 점도 똑같았던 사건들이다. 전문가들이 “원전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아 마치 시한폭탄과 같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한국도 자연재해로 인한 원전 피해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아무리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 해도 자연은 늘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는 법”이라며 “더욱이 최근 신울진 1·2호기의 원자로 위치가 사전지질조사 결과와 달리 연약지반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그동안 정부가 원전이 안전하다고 외쳤던 말에 신뢰할 수 없는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원전 자체가 안전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굳이 자연재해가 아니더라도, 기계결함이나 인재로 인한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1979년 3월 28일 발생한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2호기 사건은 인재로 인한 원전 대형 참사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이날 밸브가 열리지 않아 원자로 물 공급 펌프와 보조공급 펌프가 작동되지 않았지만 통제실에서는 정상으로 표시됐다. 자동으로 원자로를 식히는 비상노심냉각장치가 작동했음에도 정상이라고 판단한 운전원이 이 장치를 꺼버렸다. 결국 기기 고장과 운전원의 실수로 대형 참사가 벌어진 경우다. 그런데 이날 대형 참사를 불러온 원자로의 노형이 한국의 원자로 노형과 같은 가압수형 원자로(PWR)다. 달리 말해 한국 원전 또한 인재로 인한 대형 참사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경우에도 일정 부분 인재로 인한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경우라 할 수 있다. 2007년 7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원자력 엔지니어링 컨퍼런스에서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으며 원전이 쓰나미에 뒤덮일 확률은 50년 내에 10%에 달한다는 문제가 제기됐으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 경고를 무시했다.
▲ 3월 21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3호기에서 회색연기가 관측되고 있는 모습.(위)
3월 14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가 폭발한 후 불타고 있는 모습을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아래)
3월 14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가 폭발한 후 불타고 있는 모습을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아래)
이헌석 대표는 “신월성 3·4호기 부지였던 현재의 경주 방폐장 부지는 건설과정에서 연약지반이 발견돼 공기가 2년6개월 지연되고 대량의 지하수가 연일 쏟아져 나와 방폐장 완공 이후의 안전성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원전은 친환경적인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기 1킬로와트(kwh)를 생산하기 위해 석유는 700~80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원자력은 최대 2.8g에 불과하다. 정부가 원자력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라고 홍보하고 있는 주된 이유다. 하지만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인가에 대해서는 핵폐기물의 저장과 원자로 폐로 등의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측정이 어려워 전문가에 따라 추정이 엇갈린다.
문제는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이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450기의 원전이 있으며, 각 원전에는 고준위 폐기물인 폐연료봉이 있다. 그런데 고준위 폐기물을 완벽하게 처분한 나라는 아직까지 없는 실정이다. 현재 스웨덴 정도만이 화강암층에 동굴을 뚫고 고준위 폐기물을 저장해 놓고 있는 정도다. 한국은 원전에 저장소를 따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결국 국제원자력기구와 한국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라고 밝힌 원자력은 원전에 반환경적인 핵폐기물을 계속 쌓아두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원전의 폐연료봉 등의 고준위 폐기물은 매년 전 세계에서 약 1만 톤씩 나온다. 원전에서 쓰이는 장갑, 옷, 필터 등의 중·저준위 폐기물은 매년 약 20만 톤씩 쌓이고 있다. 현재 정부의 원전 증진 계획대로라면 한국에 반환경적인 핵폐기물과 저장소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용량은 2016년부터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포화상태에 이른다.
핵폐기물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는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전북대학교 한면희 교수는 “현 세대 인류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을 활용해 그것에서 발생하는 이자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원금까지 한꺼번에 까먹는 물질적 풍요를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런 상태로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며 “환경권은 미래세대의 건강과 생명을 위태롭게 할 방사능 물질 등을 후손들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원전을 대신해 인간의 생명을 살리고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이 분명하다. 정부에서도 한국의 주 에너지원인 원전의 증진 계획을 굳이 변경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결국 우리의 삶의 모습과 나아가 사회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할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작업, 삶의 스타일을 바꾸는 것, 재생에너지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등이 함께 맞물려 나가고 개인, 기업, 정부가 함께 연대해 나가야 한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들 개개인의 인식이 바뀌고 에너지 총량을 줄이려는 실천이 선행돼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일본 히타치 공립복지센터에서 한 여인이 방사능 노출에 대한 우려로 의료진들로부터 검사를 받고 있다.
▲ 후쿠시마 원전 부근에서 가와마타 피난시설로 대피한 사람들 사이로 한 노인이 망연자실한 모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