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괜찮아요? 심심하진 않죠?”
1일 제주도 신제주성당 유아실. 아내 박경미(엘리사벳·44·제주 화북본당)씨의 물음에 누워있던 남편 좌명두(아우구스티노·44)씨는 눈으로 화답할 뿐이었다. 남편을 뒤로 한 채 돌아선 박씨는 “빛이 없는 터널에 갇혀서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좌씨는 건설회사를 운영하던 지난 2008년 여름, 팔·다리와 얼굴 주위 근육이 마르고 힘이 없어졌다. 의식은 명료하고 감각신경도 살아있었지만 갈수록 말투는 어눌해져갔다. 이후 그는 제주도에 있는 병원은 다 다녀봤지만 병명조차 알 수 없었다. 2009년 5월 좌씨는 서울 한양대학교병원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자신이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루게릭병(Lou Gehrig’s disease)은 척수신경이나 간뇌의 운동세포가 서서히 지속적으로 파괴되면서 이 세포의 지배를 받는 근육이 위축되어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 난치병 중 하나다.
좌씨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난치병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할 수 있는데까지 최선을 다했다. 치료를 받으면 더 나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비싼 항공료와 치료비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할 수 없이 그는 2010년 2월부터 집에서 요양하기 시작했다.
좌씨가 투병생활 하는 동안 운영하던 건설회사는 부도가 났고, 네 식구는 현재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아내 박씨는 남편 간병을 위해 학원 강사도 그만 둬야 했다. 박씨는 “내년이면 두 아들이 고등학교, 중학교로 진학해야 하는데 회사 다닐 때 가입했던 국민연금 54만 원과 1급 장애인 보조금 17만 원으로 근근이 네 식구가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좌씨는 최근 신제주본당(주임 양영수 신부) 빈첸시오회(회장 고인숙)가 제공하는 침 치료를 받고 있다. 큰 차도는 없지만 좌씨의 얼굴에는 어느새 평온함이 생겼다.
박씨는 “그동안 남편과 힘들게 병마와 싸워가며 하느님을 체험했고, 이로 인해 저와 아들 2명은 2010년 12월 세례를 받았다”며 “암울한 상황이지만 남편이 침 치료를 받으며 얼굴이 평온해지는 것을 보며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움 주실 분 702-04-107874 우리은행, 703-01-360450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