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에 예를 다하면 ‘서도’라고 한다. 먹을 갈아 한 글자, 한 글자 의미를 되새기며 화선지에 써내려가는 것은 예술의 경지를 넘어 도를 깨닫는 일이다. 그 모습이 끊임없는 기도와 깊은 묵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종교와 닮아있다. 그렇다면 성직자이면서 서예가이기도 한 이의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
오는 13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열리는 일야(一也) 이강구 신부(서울 수유동본당 주임) 개인전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는 이 신부에게 특별한 해다. 1986년 2월 21일 사제품을 받고 그로부터 25년이 지났다. 은경축을 맞이한 그는 생애 첫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사제로서 은경축은 경사스러운 일이에요. 많은 사제들이 여러 의미 있는 일을 하시는데, 저는 서예 개인전을 열고 싶었어요. 서예를 시작할 때부터 결심했던 것입니다.”
이 신부는 개봉동본당 주임사제를 역임하면서 서예를 시작했다.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쉽게 시작할 수는 없었다. 마침 본당에서 서예를 하던 신자 한 명이 송민 선생을 소개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이주형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 물론 매일 새벽 먹을 갈아 화선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는 것도 이제는 이 신부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이번에 전시되는 60여 점의 작품은 모두 성경구절이다. 이 신부가 걸어온 사제의 길들을 빗대어 표현한 구절들이다. 사제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들은 알게 모르게 보는 이에게 감동을 전한다. 이 신부는 전시 부제이기도 한 ‘너는 전나무로 방주 한 척을 만들어라’(창세기 6,14)라는 구절을 가장 가슴 깊이 새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사제서품식 때 제단에 엎드려 있는 저에게 ‘이제 너는 방주 한 척을 만들 것이다’라는 계시가 들려왔어요. 사목자로서 신자들이 탈 수 있는 방주를 만들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지금까지 항상 이 구절을 채찍의 말씀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은경축의 기쁨과 첫 전시의 긴장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이 신부에게 다음 전시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는 “첫 개인전은 멋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또 하라고 하면 아직 계획이 없다”며 “이제는 그저 취미로써만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19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02-727-2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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