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리스도교적 영지주의
한편 이 시대에는 그리스도적 영지주의도 출현하였다. 지성을 통해서 영성에 접근하며 구원을 주로 계시의 문제로 취급하려는 경향은 초대 교회의 삶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알렉산드리아의 끌레멘스(215년 사망)와 오리게네스(253년 사망)이다. 그들은 말씀(로고스)을 가지고 작업하였으며 계시를 신학과 영성의 출발점과 주요 주제로 삼았다.
끌레멘스는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여 훌륭한 스승을 찾아 헤메다가 마침내 이집트의 수도 알렉산드리아의 교리교육 학교에 가서 정착하였다. 그는 참 지식인인 동시에 안전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는 믿음과 지식이 공존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여기서 말하는 믿음이란 강생하신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하느님의 로고스에 대한 믿음이다.그에게 있어서 지식은 철학으로서 거의 초자연적이고 유익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믿음은 지식보다 더 훌륭하여 지식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보았다. 하느님을 알게 해주신 그 분이 바로 로고스로서 하느님의 이성이다. 그러므로 영성의 정수는 이 신적 로고스에 대한 관상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의 길이다.
한편 오리게네스는 끌레멘스와는 달리 철학자가 아니라 교회의 전통에 속한 학자였다. 그는 성서와 교회의 전통을 해석하면서 하느님의 로고스가 인간 영혼에게 참된 계시와 지식을 주시면 영적으로 완전해 진다고 보았다. 로고스와 완전히 일치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욕으로부터 자신을 깨끗하게 하여 정욕이 없는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
그는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영혼과 몸 사이의 대조라는 사상으로 이를 이해하였다. 그는 금욕을 강조하여 몸의 순결과 동정(童貞)을 중시하였다. 그는 마태오 19장 12절(『처음부터 결혼하지 못할 몸으로 태어난 사람도 있고 사람의 손으로 그렇게 된 사람도 있고 또 하늘나라를 위하여 스스로 결혼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여 스스로 고자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몸을 순결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성서 연구와 기도를 강조하였다. 금욕은 그에게 있어서 물질과 몸의 영향력으로부터 영혼이 해방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영혼의 해방이란 진실로 그리스 사고방식으로서 불멸하고 영원하기 때문에 이를 가장 고귀한 것으로 보앗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을 무식한 대중과 조명을 받은(교육을 받은 또는 영지적) 그리스도인으로 구분하였다. 무식한 그리스도인은 복음서에 나오는 일반 사람들로서 그들은 주 예수님을 따라나섰으나 하늘나라의 신비에는 도달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조명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은 하늘 나라의 비밀까지 알게된 제자들과 같은 높은 단계의 신앙인들이다.
오리게네스는 복음서가 육체적이고 물질적인 부분과 영적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면서 외적이고 역사적인 사건들의 배후에는 감추인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그 의미를 파악하는 신앙인들은 극소수로서 이들은 영혼의 정욕에서 해방되어 깨끗한 상태로 주님의 말씀에 심취하여 영성의 본질을 사는 자들로서 신앙의 뽑힌 이들(소위 엘리트 계급)이다. 사람들은 이런 주장을 한 오리게네스를 수도원 운동의 정신적 창시자로 보기도 한다. 또한 오리게네스는 몸의 부활과 주님의 재림을 중요한 영성 주제로 제시하였다.
이런 식으로 그리스도교 안에 침투한 영지주의는 후에 수도원 운동으로 발전하였으나 엘리트주의나 개인주의의 내지는 교회공동체와의 갈등이라는 위험을 초래하였다.
그리스인의 완성은 세례에서 출발
알렉산드리아의 끌레멘스는 그리스도인 영지주의자로서 영성생활은 그리스도와 비슷하게 되는 것임을 전제하고, 그것의 출발을 세례에 두었다. 그리스도인 완성은 세례에서 출발한다는 것이었다. 세례는 인간을 악령의 세력에서 자유롭게 하며 모든 죄를 사한다. 보다 긍정적으로는 새로운 삶으로 태어나게 하며 불멸의 인호를 주며 영혼에 주입되는 성령의 은사를 통해서 하느님께 대한 실제 지식을 얻게 한다.
이것이 진정한 지식(영지)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스도인은 이 지식을 가지고 일생동안 완성(완덕)에 이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 세례는 요르단 강에서 받으신 주님의 세례를 상기시켜주고 그분과 일치하여 악령의 유혹을 이기며 그분을 본받을 수 있게 한다고 가르쳤다.
오리게네스는 끌레멘스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세례의 신심을 강조하였다. 세례 대상자는 교리 수업 과정에서 하느님의 율법을 배운 후 사제들에 둘러싸여 세례의 신비 안으로 인도된다. 즉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파라오의 학정에서 해방되어 홍해 바다를 건너 사막을 방황하면서 마지막에는 약속의 땅에 도착한 것처럼 세례를 받는 이는 악령의 세력에서 해방되어 구름과 불기둥의 인도를 받은 이스라엘 백성처럼 그리스도의 인도를 받아 죽음을 거쳐 그리스도와 함께 묻히고 물과 성령으로 새롭게 태어나 구원의 길을 걷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