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하나 없는 금강산. 2000년 7월 12~13일 올랐던 우리 민족의 명산 금강산은 은혜롭게도 그렇게 깨끗하게 남아있었다.
북측이 자랑하는 「평양 모란봉교예단」의 감동적인 공연은 보는 이로 하여금 통일에의 간절한 소망을 다시한번 되새겨보는 시간이었다.
「분단의 원죄를 끊지 않고는 통일이 없다」는 취지로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대희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금강산 통일기행」(단장=문규현 신부)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위해 헌신하며 주님이신 일치의 하느님을 증거하겠다는 간절한 염원을 불태운 순례길이었다.
11일 저녁 폭풍 예보속에 북한 장전항을 향해 동해항을 떠난 금강호에 몸을 실은 사제단의 이번 통일기행은 전국 14개 교구에서 10명의 사제와 29명의 수도자, 340명의 남녀노소 신자 등 총 379명이 참가했다. 다섯 살 유치원생부터 9순을 바라보는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부산교구 신요안 신부(괴정본당 주임) 모친 등 성직자 모친 14명이 함께 했다.
순례단원들중에는 사제단 법률고문 이돈명, 유현석 변호사를 비롯 천주교 정의구현연합 회장, 가톨릭노동사목 대표, 천주교여성공동체 대표 등 가톨릭사회운동 지도자 11명과 함께 임수경씨의 양친 등이 특별 초청 케이스로 동행함으로써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고단한 산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잠을 청했던 금강호 선상에서 매일 밤마다 봉헌된 통일기원 미사를 통해 오늘도 가로막혀 있는 모든 담을 헐어 넘길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을 허락해 주실 것을 간청했다. 「또다른 한쪽 북녘 맑은 산천에 시신을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25년전 작고하신 홍마리아를 위해서」「북에 두고온 가족을 위해서」등등 갖가지 지향으로 봉헌됐다. 매일밤 봉헌된 통일기원미사 예물 전액은 사제단의 북녘동포 돕기에 바쳐졌다.
순례 일정중 단연 돋보인 인물은 북측 안내원들로부터 「통일의 꽃 임수경 누나의 어머니, 아버지」로 불리며 환대받았던 임판호(베드로)씨 부부와 순례단장 문규현 신부.
북녘땅 금강산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13일 오후 평양 모란봉교예단 공연후 동행했던 임수경씨의 양친과 문규현 신부 등 몇몇 순례단 대표들은 교예단 배우들과 감동적인 해후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며 뜨거운 동포애로 다시 만날 것을 기원했다.
임수경씨의 부친 임베드로씨는 『평양 모란봉교예단 배우들의 묘기에 가슴뭉클함을 느꼈다』고 털어놓고 『11년전 수경이가 판문점을 넘어올 때에는 감옥에 갈 각오가 서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북한사람들도 많이 바뀐 것 같다』며 남북관계의 변화를 피부로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또한『하루 빨리 통일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순례참가자중 우석대학교에서 「북한사회의 이해」를 강의하고 있는 이병렬 교수(필립보·48세·전주 복자본당 총회장)는 『남북정상회담 직후 민족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전환 시기에 이뤄진 아주 의미있는 테마여행이었다. 단순한 일과성 행사로 그치지 말고 최소한 1년에 한 차례 이상 실시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장 통일교육이라는 취지를 살려나가면서 체계를 갖춘 알찬 프로그램으로 승화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교수는 또 『순례코스가 더 많이 개방되기를 희망한다. 민족동질성 차원에서 서로 거부감 없는 주제별로 만남이 진전돼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통일의 길이 결코 쉽지않은 길이지만 10년 또는 20년 장기적 목표를 설정해 남과 북이 서로 접근한다면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오명을 벗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총의 대희년을 맞아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하고 가톨릭신문, 평화방송·평화신문 후원으로 이뤄진 이번 금강산 통일기행의 실무담당자인 정의구현사제단 대북담당 박창일 신부(인천 연안본당 주임)는 13일 밤 선상간담회에서 『통일을 위해서 기도와 더불어 굶주리는 북녘동포들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이 절실하다』며 사제단의 북녘동포돕기 운동에 보다 많은 신자들이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연락전화=(02)3672-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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