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목자입니다. 지금 혼인에 관한 책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annulment가 어떤 단어로 사용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혼례 성사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저의 피상적인 생각에 따르면 성례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혹시 annulment에 대한 성경적 근거나 아니면 교리사적 배경을 알려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답】먼저 annulment라는 용어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해, 가톨릭에서는 이 용어를 『혼인무효』라는 말로 번역합니다. 이러한 말로 번역하는 성서적 이유로는 마태오 복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르기를: 「처음부터 창조주께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는 것」과 또, 「그러므로 남자는 부모를 떠나 제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을 이루리라」고 하신 말씀을 당신들은 아직 읽어보지 못하였습니까?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입니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됩니다』(마태 19,3~6).
교회는 예수님의 혼인에 대해 분명히 언급하신 이 말씀에 따라 남녀의 자발적인 혼인 동의로써 주례 사제 앞에서 두 증인의 임석 하에 맺어진 합법적인 혼인은 사람의 힘으로 풀지 못하는 「불가해소성」을 갖게 된다고 봅니다. 이것은 타인은 물론 본인 스스로도 이러한 혼인 유대를 해소할 수 없으며, 이러한 혼인의 인연은 당사자들 중 한 쪽이 죽음으로써만 해소됩니다. 교회에서는 일부일처제를 원칙으로 합니다. 그러므로 혼인을 맺은 부부가 이혼하는 것은 하느님의 법에 위배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가 헤어지는 일이 있게 되는데, 이 때는 교회가 이혼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 당사자들의 혼인을 원천적으로 무효화시킴으로써 부부가 헤어질 수 있는 합법적인 이유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뜻으로 혼인 무효라는 의미로 annulment라는 용어가 이때 사용되는 것이며, 이러한 혼인무효선언은 교회법원에서 심사하여 내려지게 됩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