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루가 2, 22-40)『누구든지 첫 아들을 주님께 바쳐야 한다」는 주님의 율법에 따라 아기를 주님께 봉헌하려는 것이었고…』
『요셉아! 이 꽃 성당 성모님께 바치고 오려무나…』. 시골에서 국민학교를 다니던 (1956~1959) 매주 금요일 오후면 어김없이 어머니께서는 심부름을 시키셨습니다.
굳게 얼어붙은 대지가 어느덧 풀려 앞마당 울타리를 겸해서 심어놓은 개나리가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할 때부터 첫 이슬이 내려 국화가 질 때까지….
성당까지는 약 11km,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 버스가 다니는 시골길은 도로 포장이 되지 않아 흙반 자갈 반이었습니다. 뒤돌아보지 않고 부지런히 다녀오면 4시간은 족히 걸렸을 것입니다.
과수원 뒷산에 철쭉과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서부터 과수원의 복숭아꽃과 배꽃, 우물가 옆에는 봉숭아꽃, 장미, 해바라기 국화가 질 때까지 어머님은 제일 먼저 피는 꽃은 성당 성모님 상 앞에 바치는 것을 신앙처럼 삼으셨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오늘은 성당에 심부름 가지 않아도 되겠지」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면(학교까지는 6km)『비 온다고 눈 온다고 천당에 가기 싫다는 사람은 없겠지?』하시면서 읍내 성당에 다녀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국민학교 3학년 때 일이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읍내까지 거의 다 갔는데 장마에 다리가 끊어져서 비맞은 생쥐처럼 온 몸이 비에 흠뻑 젖어 집으로 되돌아왔을 때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기차길은 끊어지지 않았다는데…』하시면서 다시 갔다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철로를 따라 읍내로 들어가다 보면 냇가를 지나는 철교(약 200m)가 있는데 흙탕물이 잔뜩 불어나 겁이 나서 도저히 건너갈 용기가 없었습니다. 건너가자니 어머니한테 꾸중을 들을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다렁이(짚으로 만든 우의 같은 것)를 쓰고 쭈그리고 앉아 있는데 읍내 쪽에서 철로를 고치는 마차(손으로 작동해서 움직임)가 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울면서 사정 이야기를 하니까 마차에 태워 건너주어 성당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되돌아올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만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수녀님을 찾아 뵈었더니『이 장마에 무슨 꽃이냐고? 온 몸이 비에 흠뻑 젖었지만 꽃은 성하네!』하시며 수녀님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수녀님은 서둘러 종지기 아저씨와 함께 기차길로 집에까지 데려다 주셨습니다. 수녀님께서 우산 하나를 주셔서(당시 우산 쓰고 학교에 오는 학생은 면사무소 옆 의원집 아들 하나였음) 소신학교(중 1) 들어갈 때까지 4년 동안 자랑하면서 쓰고 다녔던 일이 기억에도 생생합니다.
『요셉아! 이것 본당 신부님께 드리고 오려무나』『또 뭐예요』쌀 보리 깨 감자 고구마 옥수수 참외 수박 복숭아 자두 배…. 집에서 농사 짓는 첫 수확은 우선 신부님, 수녀님, 공소 할아버지 회장님 몫으로 드리시던 부모님의 정성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 때 지금의 내 믿음, 열성은 부모님 앞에 늘 부끄럽고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40년 전의 부모님의 신앙과 정성에 비하면 비교도 되지 않는 믿음이 아닌가? 천당에 계실 부모님께 참 신앙, 산 신앙을 가르쳐 주셨음을 감사드릴 뿐입니다.
두런두런 소리가 나서 귀 기울이던 이른 새벽부터 묵주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시던 모습, 솥뚜껑을 열고 밥을 그릇에 담기 전에 먼저 십자 성호를 그으시면서 기도하시던 모습, 주일이면 성당에 가셔서 주일미사를 봉헌하신 후 신부님께 관면(주일날 오후에 일할 사람은 반드시 허락을 받았음)을 청하시던 모습, 무엇이든 시작과 끝을 하느님과 성모님께 바치시던 부모님 열성에 비하면「시대가 달라졌으니까?」「세상이 많이 변했으니까?」하면서 스스로의 나태함을 위안 삼는 오늘의 우리 신앙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걱정이 됩니다.
기억에도 생생합니다. 쌍둥이 송아지를 낳았는데 잘 걷지도 못하는 송아지를 마차에 태워 성당 성모님 상 앞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시던 부모님의 신학 이전의 신앙 (신부님께서 송아지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기도해 주셨음)을 보면서 자랐는데 지금의 나, 우리의 믿음과 정성, 열성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 앞서서 하느님, 모든 것 위의 하느님이신데 과연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정성)은 어떻습니까?
가족의 건강을 위하는 일이라면…살 빼는 약이라면…자녀들의 공부(학원 과외 사교육비)를 위하는 일이라면…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고 정신없이 오늘 하루 해를 보냈습니까?
눈 감으면 무엇이 자주 떠오릅니까?(관광버스의「노세 노세」, 레포츠, 중형차, 중대형 아파트, 열쇠고리, 밍크).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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