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 재능이 있는 친구에게 교수가 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교생실습을 하던 이 친구는 자기는 장애 어린이를 위한 교사가 되는 것이 오랫동안의 꿈이었다고 분명하고 자랑스럽게 대답을 하였다. 그녀의 대답을 듣고 상투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나 자신을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브람스 음악에 매료되어 그의 음악으로 영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 때문에 법대 진학을 포기하고 영화이론과 독문학을 전공하며 자신의 결정에 만족하고 신바람이 난 미국 청년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 청년의 부모가 그러한 결정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하는 것이 나의 한국적 관심이었다. 그의 대답은 부모님은 아들이 좋아해서 선택한 공부에 기대를 하며 지켜보겠다고 하셨다는 것이다.
대학 선택의 계절이다. 사람마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는 동기와 계기가 있게 마련이다. 대학에서 전공학과의 선택은 젊은이가 자신의 삶에 방향을 세우고 실천하는 데 큰 몫을 차지한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그런 선택에는 자신의 능력과 관심이 주된 역할을 하지만 부모와 교사가 기대하는 것에 따라 자신의 상을 맞추어가는 피그말리온적 효과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대와 관심이 합일점을 찾는 것이야말로 이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만 되면 자신의 관심보다 부모와 교사의 기대나 선택의 강요 때문에, 혹은 우연에 의해 엉겹결에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를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게 된다. 이런 식으로 학과 선택을 함으로써 많은 대학생들이 목적의식 없이 방황하며 학교를 다니거나 휴학·자퇴를 하는 사례들을 자주 대하게 된다.
자신의 적성과 관심에 의해 신바람이 나서 학교생활에 매진하는 대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취업의 벽이 가파르고 직장생활 중에도 불안을 느끼며 지내야 하는 현실에서 개인의 관심만으로 대학생활을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외적 영향에 의해서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자신의 욕구와 관심이 무엇인지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도 일찍부터, 타율성에 의한 우리 사회의 가치관도 욕심없는 자신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사회 적응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는 수많은 대학생들에게 껍데기 삶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경제적 안정과 공명심만으로 만족한 삶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자율적인 관심이 대학 진학의 결정에 주된 영향력을 미치는 분위기를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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