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씨 일가를 비롯한 귀순자와 북한 이탈주민(탈북자)의 급증, 심상치 않은 북한 상황 등에 따라 통일이 임박해졌다는 얘기는 크게 들리고 있지만 정작 교회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 통일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
일부에서는 통일사목, 통일 신학이 없다고 단언하고 있고 그 이유로 통일에 대한 교회의 노력과 관심이 저조함을 예로 든다.
본보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교회의 통일 대비 노력을 촉구하자는 차원에서 새해부터「통일사목 준비 서둘러야 한다」는 기획을 마련, 통일을 향한 교회의 구체적인 노력들을 선도해 나가고자 한다.
◆【통일사목,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통일사목의 필요성
죽음을 무릅쓴 김경호씨 일가의 북한 탈출과 임산부들이 아이를 낳은 후 영양 보충을 위해 태반을 삶아 먹는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북한의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아울러 중국에는 북한을 탈출한 이탈주민(탈북자)이 현재 2천여 명에 달하고 있고 조만간 보트피플이 동서해로 줄을 이을 것이란 추측도 난무하다.
북한 상황을 예측하는 이러한 징후들이 심각해질수록 교회는 통일에 앞서 같은 동포로서 겪는 북한 동포들의 어려움을 새롭게 인식, 교회 나름대로의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북한의 상황이 통일이 앞당겨질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돼 간다고 가정할 때 교회로서는 당장 통일 후를 대비한 대책 수립보다는 현재 이들이 처한 상황에 관심을 갖고 같은 동포로서 인도적인 입장에서 그들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교회는 북한에서 이탈주민이 늘어난다고 해서 당장 북한이 붕괴된다는 시각보다는 이탈주민과 북한에 남아있는 굶주리는 동포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통해 교회로서의 몫을 다하겠다는 것이 일반적인 태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 관계자들은 우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북한 이탈주민과 귀순자에 대한 관심과 함께 교회의 통일 노력을 뒷받침할 통일사목의 준비를 통해 교회에 주어진 몫을 다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남한에 내려와 사는 몇 안 되는 귀순자들과도 함께 살지 못하면서 통일 후 반 세기에 걸친 이질화된 사고로 고착된 북한 동포들과 갈등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현재 남한에 살고 있는 북한 이탈주민과 귀순자 수는 60년 이후 7백여 명에 달하고 있고 90년 이후 현재까지 1백60여 명 선에 이르고 있지만 이들이 남한 사회에서의 생활은 실제로 물에 띄워진 기름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남한 사회에서의 생활이 귀순자들들을 범죄 행위로 내몰게 되고 기회가 되면 북한으로 넘어가고 싶다는 귀순자들도 생겨나게 된다.
지난 94년 봄에 일가족과 함께 귀순한 여만철씨의 장남 금룡(대건 안드레아·20)군이 최근 남한에서의 생활 3년 여를 묻는 어느 수녀의 질문에『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친구들도 사귈 수 있다』는 충격적인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모든 생각과 사고의 근본이 다른 이들이 귀순자들을 비롯한 북한 이탈주민을 남한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해서는 이처럼 당사자만의 힘으로는 극복해 내기가 어렵다는 설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 북한 이탈주민과 귀순자,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위해 교회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정부와 민간단체, 교회 등이 나름대로의 고유한 방법을 통해 이들에 대한 자신의 몫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정부 및 민간단체에서는 이제까지 통일문제와 북한동포돕기 등 모든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와 결부시켜 해결해 왔던 방법에서 탈피, 민족 공동체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일선 사목자들은 설명한다.
아울러 교회도 과거 통일이 정치적, 경제적인 산물로만 인식해 오던 인식의 전환을 토대로 인도적인 차원,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차원,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신적인 치유 차원에서 통일문제, 이탈자문제, 귀순자문제 등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주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행히 교회는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가 이미 오래 전부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제정 등을 통해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광복 50주년을 맞아 서울대교구에서 민족화해위원회를 발족, 새로운 차원의 민족화해운동을 시도해 오고 있다.
특히 민화위에서 전개한 국수나누기운동에는 북한 동포들을 돕겠다는 신자들의 호응이 불과 한 달 만에 46억 원이라는 신립금 신청으로 가시화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는 북한을 같은 민족, 동포로서 대가 없이 돕겠다는 신자들의 의식은 돼 있는데 이를 묶어줄 고리 역할을 교회가 미처 해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낳기도 했다.
매주 화요일마다 명동성당에서 봉헌되고 있는 화해미사에 신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것도 민족 화해와 통일에 대한 신자들의 의식이 살아 있음을 입증해 주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또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담당 최창무 주교는 은총의 해인 2천년 대희년을 준비하면서「2000년 대희년과 사회사목」이란 주제의 대 사회 선언문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 북녘 형제들과의 나눔을 특별히 강조하고『북한 형제들과 재물을 서로 나누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짐으로써 희년의 정신을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교회로서는 남북한을 정치적 경제적으로 통일시킬 수 있는 어떤 힘도 없다. 그러나 통일이 돼야 한다는 정신적인 마음의 준비, 화해의 심성을 남북한 주민들에게 심어주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교회로서의 일정한 몫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 산하 북방선교협의회가 귀순자 및 북한이탈 주민들과의 결연활동을 통해 이들의 남한 사회 적응에 정신적 물질적 지원을 하겠다고 다짐, 또 하나의 통일 노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교회의 이 같은 노력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위한 전문 기구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교회 내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물론 민족화해위원회나 북선위 등에서 맡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이들 기구 내에 통일사목을 병행할 기능을 보강, 보다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체 교회 차원의 전문 기구나 전담 부서가 설치되거나 민화위나 북선위에 전담 부서가 설치되면 이를 중심으로 전 교회 차원의 화해 프로그램의 개발 운영, 귀순자 사회적응 훈련, 취업 알선, 통일 대비 요원 양성 등 다양한 활동들이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귀순자 사회 적응 실태 조사한 오혜정 수녀 - “분단국의 한 교회임을 자각하고 반성해야”
“통일 당위성 교육과 북한 사회 이해시키는 노력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교회 역할”
『우리 교회도 분단국의 한 교회라는 점을 얼마나 자각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그런 자각이 있을 때 귀순자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 등 교회의 통일사목 준비는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교회는 물론 국내 최초로 귀순 동포의 남한 사회 적응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 귀순자와 북한 이탈주민(탈북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 온 바 있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희 오혜정(스바니아) 수녀.
오 수녀는 현재의 교회 통일사목 준비는 너무 소극적으로 이뤄져 온 느낌을 받는다며 진정으로 교회가 통일을 원한다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귀순자문제 등에 교회가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 이탈주민과 귀순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고 통일이 가까이 다가왔다며 수수방관하는 자세보다는「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전하는 세례자 요한의 외침 역할을 교회가 맡아야 합니다』
명동성당 침탈 사건 때 교회 구성원들이 한 목소리로 우리의 주장을 외쳤던 것처럼 이제 탈북자 등 북한 동포들을 위한 전체 교회 차원의 외침을 준비해야 한다는 오 수녀는 현재와 같은 모습을 보고 과연 우리가 진정으로 통일을 원하고 있는지 부끄러울 때가 많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교회의 모든 지향점을 통일사목에 초점을 맞추고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각자 할 수 있는 몫을 찾아 나서야 할 것임을 오 수녀는 강조했다.
아울러 오 수녀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북녘 동포들과의 국수 나누기 운동에서 불과 한 달 만에 46억 원이 신립됐던 것은 전 신자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말하고 단지, 신자들의 그러한 의지를 묶어내는 노력이 그동안 부족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동시에 오 수녀는『교회와 민족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청소년들과 미래 통일시대의 사제가 될 신학생들에게 대한 통일교육이 전무한 것은 충격일 수밖에 없다』고 전하고 이들에게 통일에 대한 당위성을 교육하고 북한 사회를 이해시키는 노력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교회의 역할이 아닐 수 없다고 강변했다.
특히 오혜정 수녀는 통일 후 북한 주민들과의 화해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현재 남한에 내려와 있는 북한 이탈주민과 귀순자들에 대한 관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천주교 신앙인을 만들겠다는 차원을 넘어선, 인도적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시급함을 역설했다.
아울러 오 수녀는 귀순자들이 하나같이 직장과 학교 등 사회 전 부문에 걸쳐 적응을 못하고 몇 번씩 직장을 옮겨다니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우리 사회가 그들을 맞을 채비를 넉넉하게 갖출 때 그들의 남한 사회 적응은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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