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별을 보며 등교하고 공부에 몰두하다가 갑자기 주어진 많은 시간 앞에서 자유를 느끼기보다는 허탈감 때문에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수능시험이 끝나니까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아요』
그동안 짜여진 시간표에 적응하는 데 길들여져서 스스로 자신의 시간표를 짜기가 힘든 고3 학생들은 수능시험이 끝난 후 질문한다.
『무엇을 해야 하나요?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학교에서는 이런 고3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그 중 하나가 봉사활동이다. 개인적으로 8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한 후 그 결과를 학생부에 기록하게 된다. 모든 것이 점수로 확산될 때만 가치가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교육 현실인 것이다.
선생님들도 자꾸만 바뀌는 교육정책에 안절부절이다. 1점을 가지고 합격 또는 불합격이 판정되는 현실이고 보니 선생님들로서는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점수를 받고자 하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정말 필요한 곳에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이 참된 봉사야』학교 레지오 단원으로 열심히 봉사했던 세레나는 얼굴을 붉히더니 『그런 곳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제가 가서 도울게요. 그런데 사실 좀 계면쩍어요. 공부도 못하는 것이 봉사활동 한답시고 설친다고 그럴까 봐서요』라고 말했다.
지난 3년 동안 신앙생활도 잠시 휴가를 내고 공부에 몰두했지만 시험 결과가 좋지 않은 세레나는 모든 일에 자신이 없어했다.
『성적과 상관없이 넌 사랑스러워. 얼굴도 예쁘고, 무엇보다 건강과 젊은이 있잖니? 성적 때문에 너 자신의 존재 가치를 낮추지 마』
세레나는 봉사활동 점수는 못받지만 한 고아 소녀에게 무보수로 공부를 가르쳐 주기로 했다. 아르바이트다 뭐다 하고 용돈을 벌려고 몰려 다니는 친구들 사이에서 묵묵히 소외된 여중생을 위하여 무보수로 봉사하는 이 학생을 바라보는 마음이 웬지 흐뭇해졌다.
청소년들이 이기심을 극복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봉사할 줄 알도록 교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민 중에 있거나 고통 받는 사람, 특히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 가까이 가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체험시키는 것은 봉사활동 점수보다 교육적으로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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