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을 앞두고, 최홍길 신부님의 수상집「지나간다, 그리고 심판을 받는다」가 출간되었다. 이 저서는「추억은 미래에 있다(81년)」와「목마르지 아니한가(86년)」에 이어 출판된 저자의 세 번째 수상집이다.
이 책은 단순한 수상집이라기보다 그동안(「목마르지 아니한가」출간 이후) 저자의 사제적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언이다. 미주에서의 교포사목과 거기서 지낸 4년 여의 생활, 그리고 돌아와, 새로운 사목적인 배려가 요구되던 신도시 포항 대잠본당에서의 생활, 전후 10년간의 사목생활이 저자의 뜨거운 사제적 열정과 함께 뚜렷이 드러나 있다. 그러면서도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저자와 함께 산 그곳 신자들만의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진솔함과 절실함이 한국 교회 공동체 전체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승화되고 있다.
이 책에는 여러 장르의 글이 망라되어 있다. 사목 현장에서 신앙인의 각성과 성찰을 권유하는 강론과 단상, 교회 안팎의 제반 문제들을 복음적인 시각으로 정리하는, 명쾌하고 논리적인 주장이 담긴 시론과 논단, 특히 미주사목을 하면서, 서로 51마일이나 떨어진 뉴저지 체리힐과 아틀랜틱시티를 동시에 맡아, 공동체 창립 이래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초기 공동체 신앙으로 돌아가자고 신자들을 격려하는 대목은 큰 감동을 준다.
이 책은 그 체제나 다루고 있는 내용이 다채롭고 풍성하지만, 그러한 내용을 일관하는 정신은 두 가지 측면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모든 이에게「지금 이 자리에서」(Hic et nunc) 신앙인이 결단해야 할 삶을 요청하는 정신이고, 다른 하나는「새롭게 깨어있고 힘차게 용솟음치는」사제로서 살고 싶은 저자 자신의 진지한 자기 성찰의 정신이다.
새로운 3천년의 첫 세기를 내다보며 한국 교회의 삶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 이 시대, 신자의 삶은 어떤 의미를 지니며, 우리는 그러한 삶을「지금 여기서」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이 책은 여러 곳에서 명시적으로 혹은 표현의 행간에서 절실하게 토로하고 있다.
과거 어느때보다도 침체해 있는 교세, 지치고 낙오하는 신자생활, 신앙 안에서의 안일과 오만. 이 책은 오늘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그것을 기쁨과 활력으로 바꾸어「그리스도인의 희망」으로 되살려 내려는 사제적 열정이 감명 깊게 피력되어 있다.
저자의 그러한 외침은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정신의 아름다운 육화, 그것이다. 저자가 그렇게 살았듯이 이 책은 다시 한 번「교회 생활의 풍요로운 축복과 은총과 신비로 사는 일」을 가르치고,「주님을 모시고, 그리스도의 신비체로, 사랑하는 형제자매들과 더불어 한 목자 아래 한 떼가 되어」사는 신앙인의 끝없는 갈망과 동경을 온 몸으로 쓰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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