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 홍윤숙(데레사·71)씨가 자신의 문학인생 반 세기를 정리하는 시집「실낙원의 아침」(열린 간)을 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신의 11번째 시집이기도 한「실낙원의 아침」은 근 23년 만에 펴낸 시집이기도 하다. 이 시집은 독실한 신앙인인 홍윤숙씨가 30여 년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며 펴낸 것으로 읽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기도문이나 참회록을 보는 듯한 착각을 자아내게 한다.
1947년 문예신보에「가을」이라는 시로 문단에 데뷔한 홍 시인은 올해로 문단에 데뷔한지 꼭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러한 뜻 깊은 해에 펴낸「실낙원의 아침」에는 총 75편의 주옥 같은 시가 실려 있다. 이 시집에는 인간의 삶 전체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이라는 의미의「십자가」를 주제로 한 연작시 60편과 92년 사별한 부군 고 양한모(아우구스티노) 선생을 추모하며 쓴「92년 가을 비망기」15편 등 신앙과 삶이 어우러져 있다.
「빈손을 들고/빈 마음 하나로/다시 여기에 섰습니다/해는 왜 동쪽으로 떠오르는지/아직도 그 까닭 모르지만/묻지 않고 믿는 이는 복이 있다 하시니/묵묵히 우러러 믿을 뿐입니다」(십자가 60「새해 아침에」).
문학이라는「십자가」를 지고 산 지난 50년의 시인의 삶을 들여다 보게 하는 한 귀절이다. 바로「실낙원의 아침」은 잔잔한 감동을 뭉클 느끼게 하는 그레고리안 성가처럼 한 평생을 시인으로서, 여인으로서 살아온 홍윤숙씨의 삶과 문학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시집이다.
이 시집의 머리말에서 시인은『「청춘엔 과거가 없고 노년엔 미래가 없다. 이제 나의 미래는 오직 마침표 하나다」라고 어디선가 썼다. 그 말대로 나는 이제 마침표를 위한 준비를 서둘러 해야 한다』고 밝히면서『짐을 싸는 사람은 빠진 것이 없나 점검해 본다. 그처럼 자신의 삶의 이모저모를 챙겨보게 된다. 그리고 곳곳에 누락된 죄의 그늘에 놀라고 부끄러워진다. 끊임없이 매질하는 마침표를 위한 십자가의 길은 너무나 높고 아득하여 바라볼 수도 없고 생의 미련은 아직도 잡초처럼 무성하여 슬프기만 하다』고 쓰고 있다. 신 앞에서 가장 작아지는 겸손함이 우러나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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