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시인 박노해(가스발·사진)씨의 시를 가요로 듣게 됐다.
「찬 시멘트 바닥에 스티로플 깔고/가면 얼마나 가겠나 시작한 농성/삼백 일 넘어 쉬어터진 몸부림에도/대답 하나 없는 이 땅에 살기 위하여」
바로 박노해씨의 시「이 땅에 살기 위하여」의 한 귀절이다. 이 시가 운동권 가수가 아닌 차세대 록가수로 주목 받고 있는 윤도현씨가 불러 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
「이 땅에 살기 위하여」는 93년 출간된 박씨의 두 번째 시집「참된 시작」에 수록된 작품으로 경주교도소에서 쓴 옥중시다. 80년대 대표적 저항시인이었던 그의 대표작「노동의 새벽」등이 그동안 운동권 노래패에 의해 불려졌지만 대중가요로 만들어지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도현은『처음 음악생활을 하게 될 무렵 우연히 이 시를 읽게 됐다』며『지난 여름 파주의 고향 마을이 수재를 당했을 때 마을 사람들이 복구, 보상문제로 군청 앞에서 항의 농성을 하다가 경찰서에 끌려가는 것을 보게 됐을 때 우연히 이 시가 떠올랐다』고 박노해씨의 시를 노래로 부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윤도현씨는 이미 박 시인의 부인 김진주씨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허락을 받은 상태.
박노해씨의 부인 김진주(에스델)씨는『박 시인도 김종서, 안치환 등 대중가수들을 좋아하고 그들을 신세대와 만나는 가교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고『윤도현씨 같은 젊은이와 건강한 감성을 지닌 박 시인의 시가 만난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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