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과 한국인 유학생들이 있는 독일의 큰 도시에는 한글학교가 있다. 자녀들에게 우리 말과 우리 문화를 익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학부모들이 스스로 결성하여 운영하는 이 학교들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교육의 몫은 크다고 본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니는 이 학교의 수업은 토요일 오후에 독일 학교를 빌려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상례이다. 국어, 역사와 문화 영역이 수업의 중심을 이루며 학예회, 운동회, 소풍 등의 연례행사도 개최된다.
교사는 주로 유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봉사 차원의 급여를 받는다. 열성적이고 교육관이 뚜렷한 교사도 많지만 교사의 잦은 이동과 자질이 문제가 될 때도 적지 않다.
학교 운영은 부모들의 교육비와 독일 교육기관의 보조를 받고 있으며, 학교 임원들은 학부모회에서 선출되어 2년 동안의 임기를 지닌다.
2년 동안 한글학교 교사를 하면서 학생들의 노력과 부모들의 열성에 보람을 느낄 때도 많았고, 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부모들이 가지는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교육적 관심에 비례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글학교는 학생들의 모국어에 대한 수준 차이,동기유발 결여, 청소년들이 겪는 문화적 갈등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한글학교의 교육에 대한 우리 정부의 무관심을 경험하게 되었다. 대사관을 통하여 보여주는 정부의 관심은 교과서 배부 정도였는데, 그것도 주문량보다 모자라서 한 학기 동안 책을 복사해서 사용한 적도 있었다. 참고도서, 잡지 구독 등은 개인의 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학생들의 고국 방문의 문도 좁고 프로그램도 기대 이하라는 불평을 자주 듣고 있는데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 말과 우리 문화를 알고 싶어하는 외국 거주 한인 자녀들을 위해서 정부가 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국에 대한 긍지가 스포츠와 경제 성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그 곳 한 청소년의 비판을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은 모국어를 할 줄 아는 데서 출발한다. 어릴 때 모국어를 가르쳐 주지 않은 부모를 탓하며 어설프게 우리 말을 하는 한 고등학생은 한국 대학을 다녀서 한국에서 일하며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하는 것보다 외국에 있는 한국인 자녀를 위한 우리 말 교육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우리는 모국어에 대한 긍지가 어떤 미래를 제시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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