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나】
◆교회의 통일 노력
화해학교·미사·통장 갖기 등 국수 나누기 한 달 만에 28억 전국적 참여도는 다소 미흡
「민족의 화해와 일치 및 통일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몫은 무엇이고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가?」어떤 바램이나 소망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희생하고 투자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하는데도 그동안 우리는 유독 통일에 있어서는 희생과 대가 없이 얻으려고만 했던 것은 사실이다.
통일을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그 선물을 받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반 세기를 넘기는 긴 세월 동안 반목으로만 일관하는 어리석음을 자초해 왔다.
한국 평협이 지난해 제29회 평신도의 날 강론 자료에서「내가 변해야 세상도 변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처럼 나 스스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 통일을 위한 삶을 살아갈 때 통일은 그만큼 가깝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기 스스로를 통일에 또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일에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처럼 살아왔고 통일문제는 정부 등 관련 부처만이 담당하는 별개의 것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현실을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통일을 위해 그리고 갈라져 반목해온 민족 간의 불신과 갈등의 골을 메워가기 위해서는 통일에 무관심했던 스스로의 삶을 반성해보고 단 한 가지 방법으로라도 통일을 향한 노력에 참여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우선 신자들만이라도 통일을 앞서 살아가는 실천을 통해 구호뿐인 통일 준비를 현실로 끌어내리는 기폭제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며 그러한 노력들은 각종 통일 노력에 신자들이 참여함으로서 가능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교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통일 노력으로서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전개하고 있는 화해미사와 화해학교, 북녘 동포와의 국수나누기운동을 비롯 수원교구 평협의 통일통장 갖기운동,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 각 교구 통일성금 모금 등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15일부터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최창무 주교)가 추진해온 북녘 동포들과의 국수나누기운동에서는 국수나누기 성금 모금 불과 한 달 만에 3만여 명의 신자들이 동참, 총 28억 원의 약정액을 신청하는 사상 초유의 성금 모금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 같은 성과를 두고 교회 일각에서는 통일을 위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북한 동포들을 위해 얼마든지 도울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신자들이 갖추고 있지만 이를 묶어줄 매개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교회의 통일 노력이 흐지부지돼 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끼 식사를 절약하면 북한 동포들에게 90그릇의 국수를 대접할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시작한「북녘 형제와의 국수 나누기」운동은 지금도 매월 6-7천만 원씩의 성금이 민족화해위원회 국수나누기운동본부로 속속 답지하고 있다.
특히「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 신앙대회」때 신자들이 각자 봉헌을 통해 약속한 봉헌문에서「국수나누기운동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한 신자 수가 6만5천여 명에 달해 국수 나누기를 통한 북녘동포돕기운동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민화위에서는 1월 10월,북녘 동포들에게 설 명절 때 신자들이 모금한 정성이 도착될 수 있도록 2억 원의 국수 나누기 성금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전달하는 등 지금까지 한마음한몸 운동본부 성금을 포함해 총 4억3천만 원의 성금을 북녘 동포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95년 3월 1일 정식 발족된 이후 그때부터 줄곧 매주 화요일을 화해의 날로 정하고 명동성당에서 오후 7시마다 미사를 봉헌해 오고 있다.
특히 화해미사는 통일에 앞서 남북 간에 깊이 패인 불신의 골을 메우고 반 세기에 걸친 분단으로 인해 상처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화해 실천미사로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이날 미사에서는 민족화해 특별 헌금도 봉헌하고 있다.
수원교구에서는 평협 차원에서 95년 6월 말부터 한 세대 한 통장 갖기 통일성금 저축운동을 벌여 지난해 말까지 총 5만여 세대가 참가, 1억5천8백만 원의 통일성금을 모금한 바 있다.
수원교구의 통일성금 저축은 신자 1인당 하루 1백 원씩, 통일을 위해 희생하자는 운동으로 북녘의 동포를 위한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한 평신도들의 의지이자 결단이었다.
수원교구의 통일성금은 통일이 됐을 때를 대비한 성금 또는 북한 선교를 위해 필요한 기금으로 활용하게 되며 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계속해서 모금하게 된다.
평신도 차원에서 시작한 수원교구의 통일성금 모금운동은 현재 88개 본당 중 성전 신축이나 분당 준비를 하고 있는 본당을 제외한 70여 개 본당에서 참가하고 있을 정도로 신자들의 호응도가 높다.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위원장=이동호 아빠스)에서도 설립 당시부터 북한 선교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목적으로 회원을 모집, 나름대로 통일을 위한 준비작업에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주교회의 차원의 별도 조직이라는 난점을 지닌 가운데서도 각 본당에 지부를 두고 활동하고 있는 북한선교위원회에는 약 3만여 명의 회원이 연간 약 2억5천여만 원의 성금을 보내주고 있다.
특히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의 경우, 범 교구적으로 북한 선교와 민족화해운동을 담당하고 있지만 전국 규모 교회 조직의 한계성으로 통일과 북한 선교를 위한 성금모금 등에는 신자들의 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부선위는 이러한 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각 교구 단위의 북한선교위원회 설치와 본당 지부의 활성화 등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왜 참여해야 하는가
통일 후 혼란 방지 위한 최선「남한도 동포」란 인식 심어야 50년 반목의 골 치유하는 길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한 관계자는 「굶주린 사람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주고 헐벗은 사람에게 네 의복을 나누어 주어라. 필요 이상의 물건이 너에게 있거든 그것으로 남을 구제하고 남을 구제할 때에는 아까운 마음을 품지 말라」(토비트 4장 16절)는 성서 귀절처럼 아까운 마음을 품지 말고 남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우리는 같은 피를 나눈 동포로서 한 형제가 굶고 있는데 다른 형제만이 배불리 먹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서의 가르침과 함께 현실적으로 북한을 도와야 하는 이유로서는 이런 나눔이 생활화될 때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통일 사회의 혼란을 방지하고 같은 형제애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미리부터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반 세기에 걸친 반목 속에서 우리는 이미 민족 간에 드리워진 깊은 갈등의 골을 체험하고 그 상처로 인해 희망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북한 동포를 조건없이 돕는 것이 바로 그동안 입었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우리 교회가 교회로서의 몫을 다하지 못했을 때 통일이 된 후 그 몫을 다하지 못한 죄책감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며 과거 일제시대 하의 교회가 비난 받았던 전철을 또 다시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현재 처한 북한의 현실을 외면했다가 통일 후 북한 동포들로부터 「식량이 부족해 배 고파할 때 언제 우리를 도왔으며 국제 사회에서도 조건없이 도와줄 때 같은 동포로서 어떤 입장을 취해 왔는지」질문해 온다면 우리는 어떤 답변을 그들에게 할 수 있을까.
최근 국내에서 중국 조선족 동포문제가 불미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같은 동포인 그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결과로 지금 우리가 북한 동포들을 외면할 경우 통일 후 심각한 혼란을 겪게 될 수도 있음을 예측케 해주고 있다.
동시에 중요한 것은 북한 동포를 돕는 것으로 나눔의 의미를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배 고파 굶주린 형제에게 베푼 것이 곧 나에게 베푼 것」이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우리는 값진 나눔을 양보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아울러 우리의 이러한 나눔은 곧 북한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에게는「자신들을 생각하는 같은 동포들이 남한 사회에 있다는 희망도 줄 수 있는 일」로 그것 자체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통일은 어떤 경우에라도 물리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남과 북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바탕으로 충분한 신뢰가 쌓인 바탕 위에서 하나씩 벽돌을 쌓아가듯 점진적으로 이뤄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곧 조금 나은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가 그들을 위해 나누고 나의 삶과 생활 속에서의 희생을 통해 통일을 준비해 나갈 때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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