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리삐나 성녀가 누구예요?』
『넌 그 성녀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세례명을 그렇게 정했니?』
『이름이 예쁘잖아요?』
청소년들은 주보 성녀의 행적보다는 축일표를 보고 이름이 예쁘기 때문에 세례명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잘 모르겠는 걸. 다음에 알려줄게』
톱니바퀴처럼 빡빡하게 굴러가는 시간표 때문에 아그리삐나와의 약속을 잊어버렸다.
아그리삐나는 마주칠 때마다 늘 자신의 주보 성녀가 누군지 귀찮을 정도로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의 아그리삐나 수녀님께서 다른 볼 일 때문에 전화를 하셨다.
『수녀님, 아그리삐나 성녀에 대한 약전이 있으면 팩스 좀 넣어 주실래요? 그 성녀의 본명을 가진 한 학생이 귀찮을 만큼 물어보는데 찾을 길이 없어요』
수녀님은 친절하게도 그 성녀에 대한 정보를 즉시 보내왔다. 늘 빚쟁이 같은 마음을 갖고 있던 나는 즉시 그 내용을 아그리삐나에게 보냈다.
다음 날 직원실 내 책상 위에 쪽지와 함께 웬 선물이 놓여 있었다.
『수녀님, 정말 감사합니다. 솔직히 이렇게 빨리 답을 얻으리라고는 생각 못했거든요. 게다가 서울에서 팩스로 온 것을 알게 되니 너무 감사한 마음 밖에 없어요. 아그리삐나라는 본명을 얻고 2년이나 지났는데 그 성녀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고 알아야만 할 것 같았어요. 이제 알았으니 더욱 그 성녀를 닮기 위해 노력하고 우선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 가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할 거예요. 음, 계속 감사하다는 말 밖에 없어요.『아! 수녀님 사랑합니다』.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바뀐 후 나에게 일어난 큰 변화는 주님께 스스럼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하게 된 거예요. 참 꽃을 사려고 했는데 아침 일찍 시간이 없어서…화분은 오래 가잖아요? 그리고 사막 같은 이 세상에 수녀님은 선인장 같으세요.』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준다고 느낄 때 대개가 그 편에서도 또한 다른 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타인에 대한 관심은 고리 같은 반응을 일으켜 또 다른 관심을 낳는다. 이것이 바로 타인에게 관심을 가질 때 일어나는 놀라운 기적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관심은 애덕의 꽃이다」라는 말이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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