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이며 수원대 국문과 교수인 구중서씨가 최근에 2권의 새 저서를 냈다. 문학평론집「문학과 현대사상」 (문학동네 간)과 「광산 회갑기념 논문집」(태학사 간)이 그것이다.
1963년부터 문학활동을 전개해 왔으나 이제 그의 문단 연조는 33년에 이르고 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씨의 평에 의하면『구중서씨는 수십 년 간의 비평 생애에 걸쳐 시종일관 민족문학과 리얼리즘을 옹호해 왔다. 그러나 그는 얼핏 보기에 완강한 원칙주의자 같지만 그의 평론에는 따뜻하고 너그러운 시인의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구중서씨는 지난 시절에 11년 동안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 가톨릭출판사 주간 자리에 있으면서 가톨릭 지성지 월간「창조」의 주간을 겸한 적이 있었다.
원래 현실 참여 성향으로 문학 평론을 시작했으므로 구중서씨는 가톨릭이라는 한 종파를 내세우기보다 한국 사회 전체의 민주화와 인간화를 주장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지난 11월에 회갑을 맞이한 연륜으로 이번에 새로이 펴낸 2권의 저서에 나타난 비평정신의 골격은 바로 가톨릭 정신었다. 구중서 비평의 이 성향은 전부터 그러했지만 본인이 이론의 가톨릭적 전거를 굳이 밝히지 않았을 뿐이다.
이번 신간 평론집「문학과 현대사상」에서도 구중서씨는 보편적 원리 지향인 점에서는 같다. 민족문학과 리얼리즘을 견지하고 있는 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지금쯤의 단계에서는 그의 보편주의적 일관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에 근거하는 것인지를 살펴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책의 제목과 같은 제목의 글「문학과 현대사상」에서 먼저 살펴본다. 그는 오늘날 한국 문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견해들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 즉 사회주의 세계권의 붕괴로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갔다는 점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유입이 한국 문학을 양면에서 협공한다는 견해들에 대해 그는 정면으로 반대한다.
그 이유를 보면 첫째로 70년대 이래의 한국 리얼리즘 문학이 사회주의와의 연계를 선언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갔다는 것이 오늘의 한국 문학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은 원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에 구속 받지 않는 가톨릭이 사회 교리에 의거하는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로, 포스트 모더니즘은 해체만 하고 종합과 창조에 이르지 못하므로 예술 원리론으로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푸코, 데리다, 월러스틴 등의 해체주의 경향을 반대하면서 구중서씨는 허버마스의 보편적 이성과 근대정신에 기대를 건다. 원래 보편적 가치 질서에 대한 신뢰는 가톨릭 정신에 통하는 것이다. 이 평론집에서 구중서씨는 「인간의 구원과 문학」이라는 장을 따로 설치했다. 문학은 예술을 위한 예술보다는 높은 차원에서 인간을 구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에서 그는 문학에 대한 가톨릭적 소신을 드러냈다.『내가 돌이 되면/돌은 연꽃이 되고』하는 서정주씨의 시는 인간 존재의 상실을 뜻하는 폐단이 있다고 본다. 반면에 구상 시인이 「말씀의 실상이란 작품에서 「존재 자체」라고 할 만한 말을 육화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한다. 이것은 바로 가톨릭 신학자 칼라너의 견해에 일치하는 관점이다.
구중서씨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국문학계에서 40명의 필자가 기고한 논문집의 권두에 실린 본인의 논문「문학사와 근대성, 근대 기점」도 주목할 만하다. 문학사 시대 구분에서 이른바「탈 근대」와「근대 이후」를 주장하는 이론들이 대안으로서의 내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비판한다.
또한 「근대 기점」은 북경의 함락, 러시아의 두만강 경계 진출, 동학가사와 천주가사의 인간평등사상 구가, 소설 독자의 확산에 근거해 「1860년 기점」설을 옹호하고 있어 국문학계의 재론을 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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