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교양 3부 김영섭 프로듀서
지난 1월 6일 밤 11시 SBS「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꿈의 나라에서 배운 절망」이란 제목으로 외국인 노동자문제를 내보냈다.
홍콩을 비롯 일본 등의 외국의 노동자 정책을 심도 깊게 살펴보면서 우리나라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이 얼마나 잘못됐는지에 대해 폭로한 이 다큐멘터리는 제목 그대로 꿈을 안고 이역만리 찾아 온 이방인들이 한국 땅 그늘진 곳에서 겪는 절망과 좌절을 생동감 있게 보여줬다. 이 프로를 제작한 SBS 교양 3부 김영섭(35) 프로듀서는『이 프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상을 드러냈지만 우리 노동계가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하면서『외국인 노동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이들을 합법화시켜 관리 보호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외국인 노동자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임금 등 외적인 대우도 대우지만 한국과 다른 문화를 인정해 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피력했다.
사실 회교도인 파키스탄인들이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하는 것을 보고 한국인들은「일도 안 하고 기도만 한다」고 폭력(언어·정신적)을 서슴치 않고 있는 사례 등 우리와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정신적인 폭행을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이번에 방영된「꿈의 나라에서 배운 절망」에서는 홍콩의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외국인 노동자 정책이 소개돼, 많은 이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외국인 노동자문제를 합법화시켜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홍콩은 외국인들에게「산재보상」은 물론「조직 결성권」「최저임금 보장」등을 완벽하게 해주고 있다.「의료보험」혜택 역시 점차적으로 늘려갈 것이라는 게 김 PD의 설명이다.
그에 의하면 홍콩은 완전히 계약 노동제를 실시, 불법 체류자는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한다. 최저 임금을 한화로 38만 원 정도로 정해 외국인들의 취업을 합법화시킨 홍콩「아시아 가사노동자 유니온」이란 조합을 결성, 이들의 체류와 노동권을 보호해주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홍콩 내국 노동조합의 태도다.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정당한 급여를 받도록 도와주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왜냐하면 외국인들의 급여가 낮으면 기업주들이 자국 노동자들보다 외국인들을 더 많이 수급할 것이고 이러면 결국 자신들에게도 불이익이 닥칠 것이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김영섭 PD는『우리나라 노동자조합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거의 대부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어차피 이들과 공존해야 될 현실에서 이들을 이방인이 아니라 함께 노동 현장에서 일할 동지로 인정해야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외국인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했을 경우 상당한 보상을 해주는 일본은 불법 체류자로 발각되면 강제 귀국시키는 이중성을 갖고 있는 반면 홍콩은 이 모두를 합법화시켜 오히려 문제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한 달 평균 70~80만 원의 급여를 받는다. 외국인들에게 월 38만 원을 최저임금으로 정해준 홍콩의 예를 볼 때 우리도 합법화 양성화시킨다면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익이란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돈은 줄 대로 다 주고 욕은 욕대로 다 먹고 있다.
김영섭 PD는『현재 우리나라의 외국인 노동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법화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제안하고『이와 더불어 5인 이하 영세업체에 대한 산재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는 한국의 노동법이 먼저 민주화되는 것도 이들의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관계 당국의 관심을 촉구했다.
◆외국의 이주노동자 정책
한국은 현재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권 탄압의 현장이란 비난을 면키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90년대부터 늘어난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하는 한국의 기업, 노동자들의 태도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여권 압류, 임금 체불, 구타, 폭행 등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특히 대부분의 불법 체류자들은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돈만을 벌기 위해 붙어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한국의 실정은 이들 나라의 문화적 정신적 유산마저도 짓밟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은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그러면 우리보다도 외국인 노동의 역사가 깊은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는 과연 이들에게 어떤 대우와 정책을 펴길래 이들은 비난을 피하고 있을까?
본보는 한국 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홍콩과 대만의 외국인 등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이주노동 정책에 대한 소개를 통해 우리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해답을 얻고자 한다.
▲홍콩의 이주노동자 정책
아시아에서 외국인 노동자문제에 대해 가장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단연 홍콩이다. 홍콩의 경우 불법 체류는 생각할 수도 없다. 정부가 철저히 계약 노동자들을 채용하고 있고 불법체류 노동자는 엄벌에 처하기 때문이다.
현재 홍콩에는 3천여 명에 이르는 건설노동자와 15만에 이르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온 가사노동자들이 취업하고 있다. 이들의 숫자는 엄격하게 정부가 조절하고 있다.
가정부 일 등 가사노동자로 취업하고 있는 이들은 홍콩 정부가 정한 최저 임금(한화 38만 원) 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일요일 휴무, 조직 결성의 자유를 갖고 있고 부당 행위를 당했을 경우 「가내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게 된다.
주인이 외국인 가정부를 해고할 경우 사전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주인에게 처벌이 가해진다는 얘기다.
심지어는 주인이 가정부를 젓가락으로 어깨를 건드리면서 야단을 쳤다고 폭행으로 고발 당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우리의 처지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경우다.
특히「홍콩 가내 노동조합」은 가정부들이 적당한 임금과 알맞은 노동 조건, 그리고 이들의 이해와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 합법적인 절차로 취업한 이국인들은 홍콩달러로 50달러를 내면 이 조합에 가입이 가능하다.
이 조합은 경찰과 노동법에 관련된 문제, 성폭행(강간, 성추행), 이민문제(이직, 강제출국, 불법계약, 이주계약), 노동문제(저임금, 음식, 노동 조건, 노조가 명시한 수당) 등을 취급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 가사노동조합은 최근 90년 이후로 3천5백 홍콩달러에 머물고 있는 임금을 거리행진 등 데모와 정부와의 교섭을 통해 3천7백 홍콩달러로 인상시킬 정도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즉 정부가 합법화시킨 노동자들은 최대로 보호해 주면서 불법 체류자들에게는 발각될 경우 15개월의 형무소 생활까지도 시킬 정도로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 그러므로 홍콩에서는 합법적인 노동자들이 불법취업 노동자들보다 훨씬 임금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합법적인 산업연수생들(40만 원 상당)보다 불법체류(80~1백만 원)자들이 훨씬 더 많기에 불법체류 노동자문제가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 관계자들은『한국 정부는 산업연수생제도를 기술 전수를 통한 저개발국가 원조 프로그램이 아니라 노동력 수급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늘어나는 불법 체류자들에게 임금은 임금대로 지불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는 어리석은 짓은 그만해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정부가 이들의 문제를 합법화시켜 조절, 관리할 때 고질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얘기다.
홍콩은 그러나 올 7월 말로 중국으로 반환될 예정이다. 중국으로 반환될 경우에도 이러한 정책을 펼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중국 본토의 값 싼 자국 노동자들에 의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대치될 것이라는 예상을 개진하고 있다.
▲대만의 이주자 노동정책
최근 대만은 기술집약적인 산업이 증가하고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우리나라와 같이 해외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유입을 건설, 의류, 금속, 전자 등 6개 부분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만의 산업 발전은 여성 노동자들의 사회 진출을 늘리며 가정부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의 최하층을 이루고 있으며 매우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다. 이들의 사회활동은 홍콩과는 달리 교회와 공원에 가는 것 밖에는 없다.
대만에 취업하는 노동자들은 본국에서 거의 투자가 없기 때문에 한국과 같이 전문성을 갖고도 불완전 고용상태에 놓였다. 예를 들면 본국에서 교사였던 사람이 가정부로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얘기다.
이들은 본국에서 대만의 가정부로 채용되기 위해 브로커에게 2천~5천 달러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이 돈을 마련키 위해 빚이나 사채를 빌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실질적으로 받는 것은 5백 달러에 불과하다. 즉 1년이 지나서 더 연장되지 않으면 이탈을 하게 되고, 불법 체류자가 되면 의료보험,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처럼 이들의 도주를 막기 위해 기업주들은 여권을 압수하고 있다.
대만의 노동정책은 1986년 정부가 주도하는 건설산업에 값 싼 노동력이 요구되기 시작,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입, 1991년 고용법이 제정됐다.
현재 20만의 외국인 노동자를 보유하고 있는 대만 이주노동자 정책의 핵심은 특정 시기의 노동력 수급 조절을 위한 것이다. 홍콩처럼 외국인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인정하는 것은 꿈에 불과하다.
대만의 어용노조들은 외국인들에게 돈을 받기 위해 조합원 가입을 허락하는 대신 민주노조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대만은 이들의 문제를 끌어안기 위한 기본이 아직 덜 된 상태라는 게 일반적 견해다. 우리나라처럼 대부분 3D 업종에 일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사람이라기보다는 기계로 전락된 상태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종교기관을 통해 이들은 위한 교육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그 수준이 미흡한 상태다. 즉 대만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은 한국과 거의 흡사할 정도로 그 수준이 낮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홍콩과 대만의 경우 이주노동 정책의 상황은 극과 극이다. 그러면 한국은 과연 어느 나라를 모델로 삼아야 할까? 당연히 홍콩이다. 왜냐하면 홍콩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수입, 자국의 경제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자국 노동자들의 권리와 복지를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쪽에서는 불법 체류자를 단속하고 한쪽에선 불법 체류자에 대한 산재보상을 해주고 있는 일본의 경우도 홍콩과 비교한다면 후진국일 수밖에 없다. 독일을 비롯 유럽 여러 선진국이「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 정책을 민주적으로 하고 있듯이 한국 역시 정부가 이를 깨달아 하루 빨리 이 땅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아 주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최정규씨는『어느 땅에 살든지 노동자들은 나라와 국경과 관계없이 인간답게 살 수 있으면 된다』고 전제하고『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노조들이 이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껴안아야만 된다』고 국내 노동조합 운동가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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