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은 주교회의가 온 세계의 가난한 이들과 온정을 나누기 위해 특별히 제정한 사회복지주일이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정명조 주교는 사회복지주일을 맞아「나눌수록 넘치는 사랑의 신비」라는 제하의 담화문을 발표,『주님의 사랑은 퍼올리수록 불어나는 우물과도 같은 신비로움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사회복지주일을 맞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맏고 있는 정명조 주교를 통해 사회복지주일이 갖는 의미와 사회복지의 진정한 의미 등을 들어본다.
-개인적으로 사회복지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신임 사회복지위원장으로서 사회복지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말씁해 주십시오.
▲저는 사회복지활동을 전문적으로 해온 경험이나 그 방면에 공부한 적은 없습니다만 관심은 항상 있습니다.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복지에 관한 관심뿐 아니라 체험을 통해서 지식을 쌓아가는 일에도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교회의 사회복지활동은 이웃 사랑의 계명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처럼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교회가 이웃이 되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이웃이 되어 줌으로써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존엄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복지는 물질적 도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도움, 더 나아가서는 영적인 차원까지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사회복지활동은 이런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도 인도의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돈을 주지 말고 그들을 안아주고 젖을 주라」고 했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 중에는 자선주일과 사회복지주일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각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어떤 자세로 참여해야 합니까?
▲자선주일은 주로 국내에서 가난하고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하여 제정한 것이고, 사회복지주일은 국내뿐 아니라 온 세계의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제정한 주일입니다.
모든 인간은 국경이나, 종교, 이념, 문화, 피부색을 초월하여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이 모든 이들을 형제자매로 여겨야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이 아프리카에 있건, 아시아에 있건, 불교 신자이건, 회교 신자이건, 흑인이건, 백인이건 한 형제·자매로서 그들의 고통과 아픔에 함께 해야 합니다.
흔히 한국 교회가 외국의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에 대하여 국내에도 가난한 사람이 많은데 왜 외국까지 도와야 되느냐고 질문을 하지만 이 질문은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모르고 하는 비복음적이고 비신앙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이런 편협한 집단 이기주의적이고도 국수주의적 관점을 배격합니다. 또한 한국은 그동안 경제 발전을 통하여 이룩한 부를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와 나누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가난을 모두 해결하고 남을 도와준다면 그것은 요원할 것입니다. 현재 사회복지주일 헌금을 한국의 가톨릭 신자 모두에게 산술 평균적으로 나누면 200원 정도입니다. 껌 한 통 값입니다. 이런 도움이라도 하루에 1만 명이 넘게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들을 포함하여 많은 이들의 생명을 건지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이 일상생활 속에서 이뤄지기보다는 특정한 날을 기준으로 관심을 환기시키고 유난을 떠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일반 신자들이 적극적인 신앙의 표현으로써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을 일상 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복음의 핵심은「사랑」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신자들의 생활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데 그 핵심이 있습니다. 교회가 이런 점을 신자들에게 일깨우기 위해 특정한 날을 제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날에만 이웃사랑 실천을 하는 것은 제정의 뜻을 잘못 알아들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은 우리 삶 속에서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다가오는 이들에게 응답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정으로, 단체로서 해야 하며 또한 교회가 공동체적으로 하고 있는 일에 참여와 협력, 지원을 하여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을 통하여 주님은 항상 우리의 이웃 사랑의 실천을 촉구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것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은총을 구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은총을 주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동안 아프리카 등 외국에 대한 지원에 큰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만 해외원조뿐 아니라 북한 동포를 위한 원조에도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방침이 있다면, 그리고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나가실 계획이십니까?
▲북한 동포 지원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굶주리고 있는 북한 동포를 우리 교회가 지원하여야 한다는 원칙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굶주리는 이들을 돕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북한의 굶주리는 이들을 제외시킬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다만 해외 원조를 함에 있어서 북한 주민만을, 또는 북한 주민을 도와야 한다는 특별한 방침을 정한 바는 없습니다.
-사회복지주일을 맞아 신자들에게 사회복지주일에 임하는 당부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약 40여 년 전 이야기입니다. 제가 신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학교에서 세 사람의 미국분을 은인으로 정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 분들이 학교에 돈을 얼마나 보내는지는 모르지만 감사의 편지를 쓰곤 하였습니다. 마침 미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그분들을 한 번 찾아 보았습니다. 한 분은 국민학교 선생님, 한 분은 성당 사무장이었고 다른 한 분은 시골에서 혼자 사는 맹인 할머니였습니다. 그 때 저는 너무 놀랐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결국 남을 도와주는 것은 쓰고 남아서 도우는 것이 아님을 실감했습니다.
쓰고 남은 것을 가지고 도운다면 도움의 의미도 없을 뿐 아니라 쓰고 남을 만큼 가진 자도 없기에 남을 도와줄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남을 도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바를 나눈다는 마음으로 복지주일에 함께 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사회복지주일 담화(요지) - 나눌수록 넘치는 사랑의 신비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매년 1월 마지막 주일은 온 세계의 가난한 이들과 온정을 나누기 위하여 주교회의가 제정한 사회복지주일입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그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기아민들을 원조해 왔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에는 하루 평균 1만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으며 8억에 달하는 인구가 영양실조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빈곤 인구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들은 우리와 아무런 연고가 없으며, 피부색과 생활양식도 다르고, 말도 서로 통하지 않는 이방인들입니다. 누군가가 도와 주겠지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비참한 모습은 바로 3, 40년 전 우리 자신의 모습인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은 퍼올릴수록 불어나는 우물과 같습니다. 아낌없이 나눌수록 넘쳐나는 신비로움 자체입니다. 그러나 혼자만 차지하겠다고 막아 놓으면 우물은 머지않아 썩고 말라 버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아직도 불우한 이웃이 많은 이유는 단지 재화가 부족하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넘쳐나는 재화의 고른 분배를 원천에서 봉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부터 그러한 이기주의에서 벗어날 때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해외 원조의 활성화는 물론 국내의 불우한 이웃들을 살려내는 또 하나의 길이 되기도 합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천 원 짜리 지폐 몇 장이 죽음으로 내몰려진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이 엄연한 현실 앞에 우리 모두 사랑의 눈을 떠야겠습니다.
몇 푼 안 되는 값어치의 식량을 원조 받지 못해 생겨나는 죽음은 부유한 나라들의 이기주의가 만들어 내는 우리가 막아야 할 죽음입니다. 사회복지주일을 맞이하여 세상 곳곳에서 고통 받고 있는 가난한 이웃들을 생각하며 자신의 것을 나눔으로써 주님께서 십자가에 매달리신 그 깊은 뜻을 다시 한 번 헤아려 보도록 합시다.
◆사회복지주일에 만난 사람 - 무허 복지시설 양성화 앞장 박용철 신부
비현실적인 법규부터 고쳐야
민간차원 첫 실태조사 등 노력” 소규모 시설 여러 면에서 유리”
『우리 사회에는 가정에서 보호 받지 못하고 공식적인 복지제도 내에서도 수용되지 못하지만 그러나 보호 받아야 할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현행 법대로라면 이들을 돌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징역을 살거나 벌금을 물어야 할 형편입니다』
무허가 소규모 복지시설에 대한 정부의 내실화 방안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관련 법규 및 시책이 현실에 맞게 변화될 수 있도록 앞장서 온 박용철 신부(살레시오수도회, 돈보스꼬 청소년센타 원장).
서울대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 아동청소년협의회 회장을 동시에 맡고 있는 그는 1월 17일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박인선 신부)가 주최한「아동을 위한 소공동체의 운영 실태와 활성화 방안」심포지엄은『정부의 소규모 시설 양성화 정책에 대한 개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 8월에 내놓은「사회복지시설 운영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기 전부터 민간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독자적인 실태 조사를 벌이기도 했던 박용철 신부는 특히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함축된 대안들을 정부에 건의, 보다 합리적인 소규모 아동복지시설이 운영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식적인 육아시설 2백70여 개에 1만8천여 명이 보호 받고 있지만 대규모 시설에서 오는 낙인감이나 시설병 등으로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그 단적인 예가 소쩍새 마을에서 드러났습니다』
따라서 박용철 신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공동체 형태의 소규모 시설에서 운영 책임사제나 수녀, 봉사자들이 가정 내에서 실제의 아동 양육을 책임지는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용철 신부는 최근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의 양성화 및 내실화 방안은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정부가 관심을 가졌다는 데서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하고 다만 실제 소규모 시설을 운영하는 관계자들과 시설 아동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박용철 신부는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아동시설의 수용 규모를 5인 이상으로 변경해 주고 기본 재산의 액수 하향 조정, 운영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율성 부여, 운영자와 종사자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지원 등 9개 항의 건의문을 채택, 정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박 신부는 현재 소규모 무허가 시설이 전국 44개 소에 6백여 명이 보호되고 있는 가운데 교회 관련 시설이 36개 소에 달할 정도로 교회 시설이 많다고 말하고 이런 시설들이 정부의 규제에 묶여 자취를 감춘다면『소규모 시설에서 가족처럼 지내던 많은 아이들이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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